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한국기업관리대학 학장

 

최근 ‘금수저·흙수저’ 등 수저계급론이 세간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여러 계층을 강타하고 있을 정도로 논란이 크다.

‘금수저’란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존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풍요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자녀를 말한다. 이런 현상은 부모의 재력이 우수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대단히 큰 상태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겠다. 반면, ‘흙수저’란 부모의 사회적 지위,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경제적인 도움을 못 받거나 받을 수 없는 자녀를 지칭한다. 일각에서는 등급 자산이 20억원 이상이면 금수저, 5000만원 이하면 흙수저라는 말까지 나돈다. 이처럼 금수저와 흙수저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수저계급론이 부의 양극화 혹은 고착화를 부추기게 해서는 안 된다. 능력과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진정으로 금수저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한다면 능력중심의 사회라는 건강한 여론을 형성, 실천해 나가야 한다.

최근 등장한 ‘헬(hell)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오죽했으면 희망이 없는 한국사회를 빗대어 이런 말이 생겨났겠는가! 삶에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불공정, 편견, 왜곡된 것들을 없애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상속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억만장자라고 불리는 사람 가운데 상속에 의해 부를 일군 비율이 무려 74%로 나타났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세계 조사대상국 67개국 가운데 5번째 순위였다.

주요국들의 상속에 의한 부자 비율을 보자. 미국은 28.9%, 일본은 18.5%였으며 중국은 2%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해서 ‘상속’이 지닌 의미를 부정적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우리의 경우 사회구조적 제도와 분위기, 경제구조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는 창업의 형태로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증가 추세에 있다. 창업 부자가 많으려면 활성화된 자본시장에다가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상속 부자 비율이 2%에 불과한 중국도 젊은이들 사이에 수저계급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테면, 훙얼다이(紅二代), 푸얼다이(富二代), 관얼다이(官二代), 싱얼다이(星二代), 충얼다이(窮二代)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훙얼다이’는 최상층의 금수저로 혁명 원로 자녀들이 해당된다. ‘푸얼다이’는 재벌 2세, ‘관얼다이’는 고위 관리의 자녀를 말한다. 또 ‘싱얼다이’는 연예계 스타들의 2세를 뜻한다. 반면 ‘충얼다이’는 흙수저를 뜻하는데 전체 청년 인구의 99%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중국의 금수저 비율이 전체 청년 인구의 1%도 안 된다는 의미이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졸 실업자가 50만명을 초과했다. 고용률 증가와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더 이상 ‘금수저, 흙수저’론을 거론하지도 말아야 하며, 통용되지도 않아야 한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고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한 성공의 반열에 오를 수 있어야 한다. ‘금수저’ 배경을 가진 자녀는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실력과 능력으로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기회균등의 고착화,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삶에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다. 부의 대물림 현상이 책임과 의무를 버거워지게 해서는 안 된다. 또 부정과 소통한다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흙수저나 금수저의 논쟁에서 벗어나 폭넓은 교육을 받고 인성을 함양하며 삶의 만족도를 높여가도록 사회구조의 개편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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