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들풀처럼

김선순

 

들풀에 바람이 찾아오면
그 바람 타고
그 바람보다 먼저
그 바람 안고 누워보라 
 
살랑이는 바람에 덩달아 설레도 보고
바람 앞 순응으로 누운 풀잎처럼
허망한 욕심 놓아 
그 바람의 물살에 흠뻑 젖어도 보라 
 
단 한 번도 걸치지도 잡히지도 않고 
자유로이 길을 내는 바람 앞에
잠시 잠깐 내맡긴들
뿌리까지 흔들릴까 
 
삶 앞에 지친 영혼아
강하면 부러지기밖에 더할까
때론 적당함의 중용과 
타협의 현명함으로 진정 자유롭길 
 
지나온 날 되짚어 보니
결국 거기서 거기지 않은가
거침없는 바람으로 내달려도 보고
풀처럼 유연하게 흔들려도 보자 
 
한 번쯤 
자유로운 영혼의 바람으로 흘러가도 좋으리
한 번쯤 나를 놓아 
들풀처럼 흔들려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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