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진나라 2세 황제 호해는 비밀리에 조고를 불러 상의했다. 

“대신들은 나를 우습게보고 관리들도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것 같소. 내 형제들도 제각기 제위를 넘보고 있을 것이오. 적당한 방법이 없겠소?”

“저도 진작부터 그 점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송구스러워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들은 누구나 명문의 출신으로 여러 대에 걸쳐 공을 쌓아 온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비천한 출신입니다. 그런 제가 폐하의 부름을 받자와 조정 대신들의 위에 앉아 궁중의 모든 일을 맡고 있습니다. 대신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정말 재미없는 일이겠죠. 그들은 마음속으로는 결코 복종하지 않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나라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계십니다. 지금이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이때에 각 군, 현의 수, 위들을 엄격히 다스려서 죄 있는 자는 처벌하십시오. 그렇게 함으로써 폐하의 권위를 천하에 미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며 평소에 폐하의 마음을 상하게 한 자들도 없앨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황제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놓치시면 안 됩니다. 제발 망설이지 마시고 빨리 단행하십시오. 그렇게 하시면 신하들이 불손한 일을 도모하는 일이 없어집니다.

대체로 명군은 새로운 사람을 조정에 등용하고 천한 신분의 인물을 발탁하여 기르는 일, 가난한 자에게 부를 주는 일,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데 온 힘을 다합니다. 이 네 가지의 일을 실천하실 때 상하는 한 덩어리로 굳게 뭉쳐지고 나라는 안정을 얻습니다.”

호해는 즉시 조고의 건의를 받아들여 실천에 옮겼다. 주변의 대신이나 심지어 왕자(2세 형제)들까지 올가미를 씌우거나 모함으로 차례차례 죽였다. 더구나 이를 연좌시켜 선왕의 측근 신하인 삼랑관까지도 모두 체포했기 때문에 조정에는 죄를 모면할 자가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게 됐다. 

두 땅에 가 있던 6명의 왕자들은 죽임을 당했으나 왕자 장려와 다른 두 형제는 내궁에 있다가 잡혔다. 그들에 대해서는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감질이 난 호해는 사자를 보내 장려에게 말했다. 

“그대는 신하로서 신분을 잃어 버렸으니 그 죄는 사형에 해당한다. 이에 형리를 보내 형을 집행한다.”

왕자 장려는 승복하지 않았다. 

“나는 조정의 의식이 있을 때에는 언제나 의례관을 따라 행동했고, 종묘의 의식에 있어서도 순위를 다툰 적이 없었다. 또한 황제의 명령에 의해 빈객을 접대하는 자리에서도 명령을 위반한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명령을 따른 것이 어째서 분수를 망각한 것이란 말인가? 그 이유를 알기 전에는 절대로 죽을 수 없다.”

장려의 반박에도 사자는 계속 독촉을 했다. 

“저는 조정의 회의에 참석한 일이 없습니다. 다만 황제의 명령을 받들어 집행할 따름입니다.”

장려는 하늘을 우러러 세 번 외쳤다. 

“이런 것이 천명이라고 하는 것이냐? 나에게는 아무 죄가 없다.”

삼형제는 눈물을 흘리며 함께 칼을 뽑아 자결했다. 이 사건으로 왕족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황제에게 섣불리 간언을 했다가는 비방죄에 적용됐기 때문에 고관들은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는 일에만 급급해 듣기 좋은 말밖에는 하지 않게 됐다. 그리하여 백성들은 누구나 벌벌 떠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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