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진시황제가 죽자 옥새를 손에 쥔 조고는 황제가 큰아들 부소에게 보내는 유서도 발송하지 않았다. 그가 모든 것을 은폐하고 막내아들 호해를 황제로 등극시키려는 끈질긴 음모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승상 이사는 완강하게 거절을 하고 있었다. 

조고의 설득은 계속됐다.

“안과 밖이 일치하면 의혹이 생길 까닭이 없습니다. 저의 일에 찬성해 주시면 승상께서는 길이 봉후의 지위를 누릴 것이며 자손들까지도 제후의 칭호를 보존할 것입니다. 반드시 왕자 교나 적송자와 같은 전설상의 선인처럼 장수를 할 것이며 공구나 묵책 같은 성인의 슬기를 얻을 것입니다. 만일 거절하시면 그 화는 자손들에게까지 미치겠지요. 현명한 자는 화를 바꾸어 복으로 하는 법, 화냐 복이냐, 승상께서는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이사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눈물이 뺨을 적셨다.

“난세에 태어나 이런 치욕을 겪어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나는 어찌해야 좋을 것인가?” 

이사는 끝내 조고의 뜻에 굴복하고 말았다. 

조고는 호해에게 돌아가 말했다. 

“왕자님의 명을 받들어 승상에게 전달하고 왔습니다. 승상도 결코 반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함양으로 돌아가지 못한 호해와 조고, 승상 이사 등은 서로 모의하여 시황제의 조칙을 받았노라고 속여 승상의 이름으로 왕자 호해를 황태자로 받들 것을 발표했다. 그리고 변방에 있는 큰아들 부소에게는 다음과 같은 허위 조서가 작성됐다.

“짐은 천하를 돌아다니며 명산 제신에게 제사를 지내 장수를 빌고 있다. 그런데 부소는 몽염과 더불어 수십만의 대군을 이끌고 변경에 머물기를 십여년,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채 수많은 병사들을 잃었을 뿐 티끌만한 공조차 세운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번히 글을 보내어 짐이 하는 일을 비방으로 일삼아 왔다. 게다가 궁성으로 돌아와 태자로 책봉되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다 하여 밤낮으로 짐을 원망한다고 들린다. 너는 아비의 자식으로 불효막심하다. 이에 하사하는 칼로서 자결하라. 또한 장군 몽염은 부소와 함께 지내면서도 부소를 바로 보필하지 못했다. 그 음모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거니와 신하로서의 불충을 저지른 것이다. 따라서 자결을 명령한다. 군의 지휘는 부장 왕이에게 위임할지이다.”

서한은 호해의 식객을 사자로 보내 상군에 있는 부소에게 전달시켰다. 서한을 받아 읽은 부소는 울음을 터뜨리며 안으로 달려 들어가서는 그 자리에서 바로 자결을 시도하려고 했다. 그때 몽염이 그 손을 잡아 눌렀다.

“폐하께서는 현재 도성에 계시지 않으며 또한 태자를 결정하신 일도 없습니다. 그리고 폐하께서는 저에게 삼십만명의 군사를 주어 변경을 지키게 하셨고 왕자님을 감독으로 임명하셨습니다. 이렇듯 왕자님은 중책을 맡고 계십니다. 사자가 왔다고 해서 곧 자결을 해버리다니 될 말입니까? 사자가 가짜가 아니라고 누가 보증합니까? 제발 황제께 한번 사면을 청해 보십시오. 자결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됐음을 깨달은 사자가 집요하게 자결을 요구하자 성품이 착한 부소가 말했다. 
“아버님께서 아들에게 죽음을 명령하신 것이오. 이제 와서 소명을 청하다니 어리석고 부당한 행동이오.”  

몽염에게 그 말을 남기고 부소는 자결하였다. 

그러나 몽염은 자결하기를 거절했다. 

사자는 그를 관리에게 인계해 양주의 감옥에 가두고 돌아와 사건의 경위를 호해와 이사, 조고에게 보고했다. 세 사람은 크게 기뻐하고 함양으로 돌아와서 비로소 황제의 죽음을 널리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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