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근 북한 노동당이 주요 경제.대외 부서장을 잇따라 교체해 눈길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당의 핵심 경제부서인 계획재정부, 재정경리부, 39호실의 책임자가 사실상 바뀌었다.

먼저 북한의 경제운영을 총괄하는 계획재정부의 박남기 부장이 화폐개혁의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문책으로 해임된 듯하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 관리 부서인 39호실 실장도 전일춘 제1부부장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당 재산과 자금을 관리하는 재정경리부 부장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지만 최근 들어 한광상 제1부부장이 사실상 부장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보면 경제 정책을 주도하고 돈을 관리하는 노동당의 `경제 3인방'에 모두 변화가 생긴 셈이다.

노동당의 부장 경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장기간 공석이던 당 국제부장에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였던 김영일 외무성 부상이 기용됐다. 또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3일 최익규 노동당 영화부장도 경질됐다고 전했다.

북한 체제의 폐쇄적 속성상 당과 내각의 주요 인사 교체가 즉각 확인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뭔가 대대적인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것은 사실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북한 노동당의 이런 기류가 흐트러진 사회기강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박남기 해임도 화폐개혁과 외화사용금지, 시장폐쇄 등으로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자 `민심 수습용 카드'로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개방정책의 부작용을 수습하기 위해 김달현 부총리를, 개혁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박봉주 총리를, 대남정책의 문책으로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을 각각 해임한 전례가 있다.

여기에다 최근 급속히 가중되고 있는 북한 경제의 어려움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 `블랙리스트'에 오른 김동운 39호 실장을 물러나게 하고 전일춘 제1부부장을 기용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혀진다.

한광상 제1부부장에게 당 재정경리부를 맡긴 것도 화폐개혁과 외화사용 금지로 확보한 `실탄'을 밀도 높게 관리해 어떻게 하든 경제의 자금경색을 최소화해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중 관계를 전담하는 노동당 국제부장 자리를 장기간 비어놨다 새로 채운 것도 중국의 경제적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궁극적인 지향점은 후계구도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3남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원만한 권력승계를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적 안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올해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당의 새로운 위상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계속 조직정비를 이어갈 것 같다"면서 "그 과정에서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고히하는 작업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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