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당국도 화폐개혁에 불안감..시장개방.외화허용 징후"

(단둥=연합뉴스) 북한의 화폐 개혁을 주도한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전격 경질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당국이 취할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폐 개혁 이후 시장 기능 마비로 아사자가 속출하면서 민심이 흉흉해지자 화폐 개혁을 주도했던 박 부장이 최근 파면돼 재판에 회부됐다는 소문이 중국 단둥에 파다하다.

박 부장이 지난달 9일 함경북도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종업원 궐기모임에 참석한 것을 끝으로 20일 넘게 북한 언론에서 자취를 감춘 것도 그의 경질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제부문 현지지도를 거의 빠짐없이 수행해왔다.

박 부장의 경질이 사실이라면 17년 만에 전격적으로 단행한 화폐 개혁과 관련, 북한 당국이 실패를 자인하지는 않더라도 일정 정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 된다.

이와 관련, 최근 평양을 방문했던 한 중국인사는 "북한 당국자들이 '화폐 개혁 이후 지금이 최대 고비'라고 말하더라"며 "자신들이 취한 조치에 대해 항상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단호하게 말하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는 북한 당국도 화폐 개혁에 대해 낙관하지 못한 채 불안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화폐 개혁을 보완할 후속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의 이런 불안감은 화폐 개혁의 후유증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와 물자 부족으로 아사자들이 속출하면서 주민들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폐 개혁 2개월여 만에 박 부장 문책설이 나돌 정도로 지금 북한의 민심은 흉흉하다.

따라서 화폐 개혁 주도 세력에 대한 문책과 함께 민심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후속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화폐 개혁과 함께 철저하게 통제해온 시장을 개방하고 외화 사용을 전면 허용하는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이런 징후들이 최근 북한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한 대북 무역상은 "지난달 중순까지 완전히 문을 닫았던 평양의 통일시장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지난달 말께부터 부분적으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며 "시장 통제의 후유증이 심각한 만큼 머지않아 화폐 개혁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또 이달 1일부터 부분적이지만 외화 사용을 다시 허용했다.

이에 따라 최근 평양에서 달러당 50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다시 300원대까지 내려가는 등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한 대북 전문가는 "극심한 물자 부족 상황에서 화폐 개혁과 함께 시장을 폐쇄하고 외화 사용을 통제하는 바람에 주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이 화를 키웠다"며 "화폐 개혁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지금에라도 시장을 허용, 물자를 유통시키고 외화 사용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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