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12월 11일 개성에서는 남북 당국자 회담이 열린다. 차관급으로 당초 예상보다 격은 많이 낮아졌으나 열린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난 8월 4일 북한 정찰총국의 지뢰도발 이후 8.25 합의가 도출되고 그 모멘텀이 연속성을 가지고 향후 남북관계가 얼마나 더 지속적인 발전을 가져다 줄지 모두의 관심이 지대하다. 북한으로선 이미 공고된 내년 5월 초의 제7차 당대회 일정으로 내부적으로 할일들이 산적해 있을 것이다. 대외적으로도 북-중 관계의 복원 등 역시 난제들이 수두룩하다. 과연 남북관계에 거는 북한의 기대와 셈법은 어떤지 무척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28일 오후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 시험했으나 실패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오늘 오후 2시 이후 동해 잠수함에서 SLBM을 시험 발사 시험한 징후가 포착된 것으로 안다”면서 “SLBM의 캡슐(보호막) 파편이 동해상에서 포착됐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미사일이 날아간 것은 식별되지 않고 캡슐 파편만 포착되어 오늘 시험 발사한 SLBM이 불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SLBM은 캡슐 속에 들어 있는 상태로 잠수함에 탑재됐다가 발사하려면 이를 그대로 발사관에 넣어 발사한다. 잠수함에서 발사 버튼을 누르면 미사일이 든 캡슐이 그대로 발사관에서 발사돼 물 위까지 도달하고 캡슐이 열리면서 미사일만 공중으로 솟구쳐 날아오르게 되는데 이 기술이 바로 핵심기술인 것이다. 그런데 이날 미사일은 수중에서 공중으로 솟구치지 않고 캡슐 파편만 해상으로 떠올라 우리 당국은 이번 발사가 실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내 잠수함 전문가는 “지금은 수중 잠수함에서 SLBM의 캡슐을 사출시켜 수면까지 도달하게 하는 정상적인 시험 단계로 보인다”면서 “꼭 실패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북한은 이번과 같은 사출 시험을 수십 번 더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날 SLBM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잠수함은 지난 5월 수중 사출시험에 동원된 신포급(2천t급) 잠수함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신포급 잠수함을 비롯해 우리보다 열 배나 많은 잠수함을 보유하고 SLBM 성공에 집착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8일 동해 수중의 신포급 잠수함에서 동체에 ‘북극성-1’이라고 표기된 SLBM 모의탄의 수중 사출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발사는 이 사출시험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함남 신포조선소 인근에 육상 SLBM 발사대를 건설해 놓고 있으나 이번에 이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잠수함에서 직접 발사했다. 이 때문에 육상 발사대도 덜 완공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SLBM을 오래전부터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실제 SLBM을 개발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1일부터 다음 달 초까지 강원도 원산 앞바다 해상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해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예견된 바 있다. 이번에 선포된 구역은 상당히 광범위해 정보 당국은 북한이 SLBM이나 신형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할지 주시해왔다. 북한이 SLBM 발사에 성공할 경우 그것은 한반도 군사력 증강의 비대칭성 형성에 막대한 변화를 가져다주게 될 것이다. 북한은 우리가 가질 수 없는 비대칭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새로운 7차 당대회를 통해 변화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북한 핵무기의 소형화와 SLBM은 병행되는 것이다. 북한이 자꾸 SLBM을 서두르는 이유는 바로 핵무기의 소형화가 어느 정도 완성됐다는 징후를 암시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 제4차 핵실험이라는 수순은 분명히 남겨져 있다.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북한이 내년 5월의 당 대회의 개막을 선언하게 될지, 아니면 이미 소형화된 핵무기로 SLBM 성공의 선언으로 당대회로 직행할지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아무튼 북한은 뭔가 한반도 안보의 결정적 위협이 되는 수단을 확보한다는 전제하에 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결국 ‘8.25합의’의 모멘텀은 아직 폭탄을 안고 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중국의 양해하에 비장의 비대칭전력을 확보하고 그것을 레버리지로 남북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누리려 한다면 이것은 오산이다. 우리 정부도 분명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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