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모태신앙’이란 말이 있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기도소리 들으며 자라난 애기는 커서 분명 훌륭한 크리스천이 되기 마련이다. 북한의 김정일은 비록 ‘모태혁명가’일 수 있지만 김정은은 그와는 정반대일 수 있다.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은 학교 문 앞에도 못 가본 문맹자로 1940년 김정일을 잉태하고 태교하는 전 기간 러시아의 밀영에서 밥 짓고 빨래하는 작식대원이었다.

김정은은 모태부터 자본주의 양식대로 성장한 뼛속부터 자본가일 수도 있다. 그의 어머니 고영희는 일본에서 태어나 열 살 때 북한으로 귀국했지만 김정은을 임신한 1980년대 초반 이미 김정일의 숨겨진 황후였다.

북한이 내년 5월 노동당 제7차 대회 소집을 10월 30일 새벽 공고했다. 연이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자 신문 4면 전면에 게재한 ‘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우리 당 역사에 특기할 혁명의 최전성기로 빛내이자’란 제목의 사설에서 “눈부신 비약의 속도, 전설같은 영웅신화를 창조하며 당 중앙을 결사옹위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벌써부터 7차 당대회를 계기로 체제변혁의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나선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번 당 대회가 ‘강성국가 건설 역사의 분수령’이자 ‘주체혁명 위업의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사회주의 건설의 총노선을 틀어쥐고 인민정권을 강화하며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을 힘있게 벌려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계속해 노동신문은 “투쟁 목표가 높고 과업이 방대할수록 우리가 제일 믿는 것은 인민대중의 사상의 힘”이라며 농축수산, 과학기술, 기초공업, 체육, 예술 분야 등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 ‘사회주의 문명국’을 건설하자고 독려했다.

한편 최룡해 노동당 비서도 이날 노동신문 5면 ‘주체혁명의 새 시대를 빛내일 역사적인 대회’라는 글에서 “노동당 제7차 대회는 백두에서 개척된 주체혁명 위업 계승의 확고 부동성을 힘있게 과시하는 역사적인 대회합”이라며 개최 의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당 조직들이 제7차 대회를 맞으며 전투적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고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을 지펴 올려 어머니당의 위력을 과시하고 인민생활 향상과 강성국가 건설에 대비약을 일으켜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내년 5월 개최 예정인 제7차 노동당 대회는 1980년 10월 제6차 대회 이후 36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이 자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김정은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 당 대회는 북한의 새로운 경제노선을 제시하는 체제 재생산의 장이다. 북한 노동당이 지난 36년 동안 당 대회를 열 수 없었던 것은 새롭게 내놓을 경제발전 노선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당이 문을 닫은 지난 36년은 신통하게도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한 식민통치기간과 동일하다. 이 기간 북한의 통치자 김정일이 한 일은 김일성을 ‘사회주의 시조’로 만들고 금수산 기념궁전을 ‘태양궁전’으로 승격시키는 등 부친을 ‘천황’으로 떠받든 것이 전부였다. 자연 인민생활과 인민경제는 일제 말기 수준으로 회귀했다. 일제시기 쓰던 목탄차가 재등장하고 ‘고난의 행군기’에는 수백만명이 아사했다. 다행스럽게도 김정은은 그 참상을 유년시절에 직접 체험하지는 못했을지언정 귀동냥으로 듣고 성장했다. 지난 10월 10일 그가 김일성광장의 높은 연단에서 외친 ‘애민정치’에서 우리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그의 절박함과 함께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과연 북한 노동당은 이번 7차 당대회에서 어떤 경제발전 노선을 제시할까? 또 당명을 그대로 노동당으로 유지할까? 노동당은 노동자·농민을 비롯한 핵심계층이 당의 수뇌가 되는 프롤레타리아 정당이다. 현재 노동당의 수뇌부에는 프롤레타리아가 단 한 명도 없다. 전부 세습으로 들어앉은 권력의 상속자들만이 둥지를 틀고 있다. 그리고 과연 반세기 가까이 북한의 통치이데올로기로 품어온 주체사상을 그대로 걸치고 가려할까? 현재 북한 경제는 장마당 경제의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태다. 오죽하면 북한에는 ‘양당체제’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장마당과 노동당을 가리키는 말이다. 두 당의 절충형이 이번에 7차 당대회에서 나와야 할 새로운 지배정당의 모습이다. 중국이란 개혁 개방의 텍스트를 외면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김정은식 사회주의를 새로 창조하자니 과연 김정은의 용량이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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