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기아차 중앙연구소 인간편의연구팀 연구원들이 보행보조 착용로봇을 연구하고 있는 모습. ‘모듈결합형(왼쪽)’, ‘의료형’ 보행보조 착용로봇. (사진제공: 현대·기아자동차)

현대차 의료용 ‘착용로봇’ 개발 
日 혼다·토요타 ‘인간로봇’ 선봬 
미래자동차에 적용할 중요 기술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자동차 회사가 로봇을 만든다고 하면 의아스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IT(정보기술) 회사가 추진할 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일본 자동차 회사는 걷고, 뛸 수 있는 ‘인간로봇’을 개발한 상태다. 이어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가 로봇기술을 응용한 의료용 로봇을 개발했다.

23일 현대·기아차는 “선도적인 미래 기술력 확보와 종합 이동수단 제공을 통한 사회적 공유가치 창출을 위해 ‘보행보조 착용로봇’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4년 노약자, 장애인 등 보행에 불편을 안고 있는 이동 약자를 위해 보행보조 로봇 개발에 착수했고, 이번에 시제품을 내놓게 된 것. 이 로봇은 오는 26~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5 창조경제 박람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의료용 착용로봇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착용로봇은 센서모터·감속기·제어기 등으로 구성됐다. 인체의 동작 의도를 감지해 그 동작에 인체 근력을 보조하거나 증폭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고령화 사회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로봇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 현대·기아차 중앙연구소 인간편의연구팀 연구원이 ‘의료형’ 보행보조 착용로봇을 직접 착용한 모습. (사진제공: 현대·기아자동차)
현대기아의 로봇은 4종인데, 무릎·고관절·모듈결합형 등 3종은 보행이 불편한 노약자, 자세 교정·재활이 필요한 이들을 돕기 위해 개발됐다. 장애가 있는 신체 부위에 무릎·고관절형을 장착하면 평지를 걷거나 계단을 오르고 내리기가 수월해진다. 고관절형은 보조 기능뿐 아니라 물건을 들거나 반복적인 굽힘 동작을 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모듈결합형은 무릎형과 고관절형을 결합한 로봇이다.

의료형은 하지가 마비된 장애인이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개발됐다. 혹여나 발생할 부상에 대비해 부상 방지 기능도 탑재했다. 또 정밀 센서를 통해 걷는 자세에 따라 부담이 가해지는 신체 부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기아차 측은 “미국 이레그스(eLEGS)와 이스라엘 리웍(ReWalk) 등 경쟁 업체 제품과 비교해도 무게가 20% 정도 가볍고, 보행 속도와 배터리 시간도 앞선다”고 자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러한 의료용 보조 로봇을 2020년에는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착용자의 동작 의도를 파악하는 인지 센서 기술을 정교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대 뇌공학 연구팀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회사가 왜 로봇을?

로봇 기술은 의료용뿐만 아니라 산업·군사·생활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자동차 분야는 점차 운전자 없이 운전을 하고, 가정의 IT기기와 연동을 해가고 있다. 이에 자동차 회사도 IT회사 못지않게 로봇 기술이 중요한 것이다.

이미 2008년부터 현대중공업과 현대로템은 산업로봇을 협업해 생산해내고 수출하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산업이 불황일 때 산업용 로봇을 통해 활로를 찾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러한 현대로템의 산업로봇 기술력을 바탕으로 장애인 보조·재활기구 전문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 등과 연구 협업을 하고 있다. 착용로봇 관련 국내외 특허는 80여건에 이른다.

미국 헬스케어 전문 조사기관인 윈터그린 리서치에 따르면 의료·재활 용도의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4330만 달러(약500억원)에서 2020년 18억 달러(약2조원)로 대폭 성장이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도 로봇분야를 미래 유망 성장 산업으로 보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로봇 기술과 완성차와의 접목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크다. 센서 등의 인지 기술, 신호 처리 등 제어 기술, 최적 구조 설계 등 착용로봇의 요소 기술들은 고안전차, 고편의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에도 탑재되는 핵심 기술이기 때문이다.

▲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서 혼다자동차가 인간형 로봇 아시모의 최신형 모델을 선보였다. 이날 아시모는 빠른 속도로 달리기도 하고, 한 발 점프도 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본車 회사도 ‘인간로봇’ 개발

이미 일본의 자동차 회사인 혼다와 토요타 등은 미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로봇 개발을 시작했다. 

2001년 9월초에 월스트리트저널은 토드 존의 기고문을 통해서 “혼다자동차 엔지니어다가미 가쓰요시는 10년을 투자해 비밀 제품 하나를 만들고 있는데, 두 다리가 달린 최초의 인간형 로봇이다”라고 알린 바 있다.

혼다의 아시모 로봇은 지난 4월 서울모터쇼를 통해 최신형 모델이 소개됐다. 이 로봇은 시속 9㎞로 사람처럼 뛰어다닐 수가 있고, 한 발로 점프를 연속 점프를 할 수도 있었다. 또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혼다는 아시모의 로봇기술을 향후 자동차 개발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완성차 회사 토요타도 자체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토요타는 자동차 생산을 위한 산업용 로봇을 기반으로 2000년대에 트럼펫, 바이올린 등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로봇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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