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정부는 지난 20일 국무총리 주재로 2차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열고 ‘규제개혁 7대 원칙’을 발표했는데, 앞으로는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국민과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경제규제는 원칙적으로 신설을 억제하기로 했다. 부득이하게 새로운 규제를 만들 때는 이에 상응하는 비용 수준의 기존 규제를 삭감해서 규제비용을 경감키로 했다. 규제방식도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한다. 즉,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사항만 열거하고 그 외에는 모두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나가기로 했다. 중앙행정기관은 현실에 맞지 않거나 국제기준에 어긋나는 규제를 정비·관리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에 근거가 없거나 상위법령에 위배되는 불합리한 규제를 신속히 정비한다. 규제개선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으며 규제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개혁 유공 공무원에게 특별승진과 포상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표준산업분류 개정 등 구체적인 주요 기업·지역 규제 개선계획이 보고되는 성과도 있었다.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3D프린터 제조업이 기존의 컴퓨터 제조업으로 분류돼 광주 첨단 산업단지에 입주할 수 없었으나 이달 말까지 한국표준산업분류를 개정해 이를 해결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추가로 설비를 늘리려고 매입한 용지와 옛 용지가 하천을 경계로 등록부에 분리돼 있어 비점오염저감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지 여부로 공장설비 확충이 지연되고 있었는데 국무조정실과 환경부가 현장 조사 후 신축부지에만 시설을 설치하면 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려 지체 없이 공장 설비를 확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의 전담기구를 두고 규제혁파를 외쳤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집권 초기부터 규제혁파를 추진했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 같다. 이번에 제시한 ‘규제개혁 7대 원칙’도 이미 과거 정부부터 반복되어 온 교과서적인 원칙이다. 규제원칙이야 바뀌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먼저 규제개혁이 실패로 돌아간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서 구호보다는 실천을 우선해야 한다. 특히 규제혁파의 관건은 공무원이다. 아직도 공무원사회에서는 규제개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담당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어 불이익을 당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번에는 규제개혁 유공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 등 상위기관에서 결정한 규제개혁 과제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공무원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공무원이 소신껏 일할 수 있고 규제개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과거 정부에서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규제의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 전환도 이번에는 과감하게 그것도 빨리 추진해야만 규제개혁의 효과를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과거의 잣대로 하는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규제는 기술진보와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정보기술(ICT)의 융합으로 나타나는 많은 신산업이 기존의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해 기업 활동에 발목이 잡히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규제의 덫을 걷어내야만 변화와 혁신을 이룰 수 있고 정체 상태에 돌입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황교안 총리가 한 “정부는 확고한 원칙 아래 국민이 변화를 현장에서 체감할 때까지 규제 개혁을 계속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말이 이 정부가 끝난 후 허언이 아니길 바란다. 현 정부 들어 한 2차례의 규제개혁점검회의는 너무 적다. 일년에도 수차례, 필요하면 수시로 해야 한다. 규제 개혁을 보여주기식의 생색내기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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