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업계가 전하는 소식을 보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에 6%대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큰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내수경기 침체는 아직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계대출 비중은 연일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경기변화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은 지금의 경제상황이 지난 ‘IMF 사태’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경제회복에 정말 국력을 쏟아야 할 시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보면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터지면서 온 나라가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져 이념 투쟁에 빠져들고 있다. 드러내놓고 원색적인 색깔론을 부추기는가 하면 저질 막말의 독설도 쏟아지고 있다. 국사교과서 발행 주체를 놓고 세계 어느 나라가 이렇게 정치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극한 대립을 하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근거 없는 망언과 비수가 꽂힌 독설들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더 부추기고 있다. 얼마 전에는 새누리당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는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사회갈등을 줄이고 국민통합으로 이끌어야 할 집권당이 할 일이 아니다. 플래카드 내용의 사실 여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색깔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저급한 당리당략을 보노라면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새누리당이 22일 개최한 국사교과서 관련 전문가 간담회는 우리 시대 대부분의 양심적 학자들과 학생들을 매도했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원로학자의 발언은 정말 귀를 의심케 한다. 현행 국사교과서가 우리 학생들의 뇌에 독극물을 심어준다거나 역사학자들이 무식하니 교과서 필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은 원로학자다운 지성의 태도가 아니다. 더욱이 그는 역사학이 전공분야도 아니지 않은가. 이쯤 되면 싸구려 정치꾼보다 더한 막말 수준에 다름 아니다.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듣고 싶었던 학자가 그렇게도 없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 또한 당리당략의 연장선에서 선택한 ‘전략적 선택’인가.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국사교과서 문제는 그 자체로 우리나라 역사와 교육의 문제이다. 그런데도 특정인의 친일행위를 거론하며 그 후예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속이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국정교과서 반대의 논리 치고는 너무 편협하고 감정적이다. 차분하고 냉정한 문제제기와 구체적인 대안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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