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이 작년 2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이뤄졌다. 65년 만에 만났지만 2박 3일간 겨우 12시간 만나고 헤어져야 하는 이산가족의 마지막 상봉 모습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비극의 현장이었다. 이번 상봉은 북의 지뢰 도발 이후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받아낸 ‘8.25’ 합의 결과다. 북이 남쪽의 지원을 받아내는 수단으로 이용돼왔던 그간의 이산가족 상봉과는 확실히 다른 배경에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일시적 행사로 끝날 수도 있지만 조건 없는 상봉이 정례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상봉행사를 통해 남측 96가족 389명, 북측 76가족 141명 등 530명의 이산가족이 금강산에서 65년 만에 만났다. 세월이 흐른 만큼 살아 있는 이산가족 대부분은 70~80대 고령이었고, 직계 가족의 수도 줄어 부모-자녀 상봉은 5가족만 이뤄졌다.

7월 말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12만 9698명 중 6만 3406명(48.9%)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생존자 6만 6292명의 절반 이상은 80세가 넘었다. 2000년 이후 19차례 상봉 행사를 통해 혈육을 만난 사람이 1950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1.5%가 고작이다. 경쟁률은 무려 ‘663:1’로 가족 상봉이 로또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운 좋게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들은 우리가 북한을 너무 모른다고 말한다. 그나마 북에서 만남을 허락하는 가족은 북에서 비교적 잘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의사라 할지라도 공산권 특성상 일반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월급을 받기에 생활은 그리 넉넉지 않다. 이처럼 막상 부딪쳐서 알게 되는 남북한 체제와 문화격차는 통일이 되더라도 남북에 실질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통일이 곧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도래할 일은 당연히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기점으로 조건 없는 상봉 정례화 노력과 더불어 남북 문화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그 차이를 알리는 일부터 점진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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