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국회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사전 심사를 하는 가운데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설명하고 원안대로 통과되도록 초당적인 협조와 유종의 미를 당부한 것이다. 이에 앞서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매년 (예산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게 됐다며 이는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실천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의 정부예산 심사는 헌법 제54조 제1항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는 규정대로 국회의 중요기능이다. 국회가 정부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으나(헌법 제57조) 상임위원회에서는 정부 의견을 들어 금액을 증가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정부안을 대폭 수정해 삭감하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여당에서는 정부안 그대로 통과되기를 바라지만 야당에서는 삭감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2%에 해당하는 8조원을 삭감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이번 예산 심사에서 국정감사 등에서 자료 미제출 등 불성실한 정부부처나 기관단체에 대해 예산을 집중적으로 삭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내년도 정부예산 내용과는 별도의 문제로서 여당과 정부에서는 야당이 예산통제를 통해 정부부처 길들이기를 하느냐는 등 논란이 따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무역협회다. 지난 국감에서 야당에서 ‘카드 발급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새정치연합이 무역협회에 대한 95억원의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나선 것인데, 야당의 강력한 무기가 헌법상 보장된 예산 심의·확정기능이니 불성실하거나 비협조한 기관단체에 대한 예산 삭감은 있을 수 있다고 보인다.

문제는 예산심의의 질이다. 이번 예산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으므로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혈안이 될 것은 뻔하다. 벌써부터 의원끼리 상호 부탁해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는 ‘품앗이 선심’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240개 지역예산이 2조 5000억원이나 증액됐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기도 한다. 그런 현실이니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 정부예산안에 대한 심의권이 제대로 행사될는지 많은 국민이 우려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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