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
이한걸

아내가 두 시간 잔업을 위해
꾸역꾸역 마른 빵 씹을 이 시간
혼자서 먹는 저녁밥 목이 메인다
내가 주간이면 아내는 야간이고
아내가 주간이면 나는 야간이다
한 주일씩 엇갈리는 교대근무
한 이불 덮으면서 주말부부다
지글지글 구운 고등어살 발라
밥숟갈에 얹어주던 때는 언제였던가
숲속의 뻐꾸기 그만 울어라
발작한 천식기침 멈출 줄 모르고
찬밥 물에 말아 혼자 먹는 저녁밥
담 넘어오는 저 된장찌개 냄새
 
[시평]
한 가족이 오순도순 함께 앉아 저녁을 먹는 풍경이 사라진 지 오래다. 현대로 들어서면서, 도시화가 되면서, 불빛 아래 한 가족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 풍경이 차츰차츰 사라져갔다. 이렇게 된 것은 비단 바빠서만이 아니다. 예전과는 달리, 여성도 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돼서,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게 됐고, 특히나 도시 노동자들에겐 이 같은 현상,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그만큼 우리네 삶도 또한 각박해졌다. 서로가 만나서 함께 둘러앉아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해야만이 정이라는 것이 생기고 또 깊어지기 마련인데. 아내가 주간 근무를 할 때면, 남편은 야간 근무를 해야 하고, 남편이 주간 근무를 할 때면, 아내는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그래서 늘 시계바늘마냥 뱅뱅 돌며, 만나지 못하고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면, 그 심정 어떠할까.

혼자 밥을 먹으며, 서로 다정하게 지글지글 구운 고등어살 발라 서로의 밥숟갈에 올려주는 그런 정, 이러함이 함께 사는 것인데. 찬밥 물에 말아 혼자 먹는 저녁밥, 담 넘어오는 이웃집의 저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 그 구수함만큼이나 다정한 가족 냄새가 문득 그리워지는 쓸쓸한 가을 저녁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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