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누적된 교수들, 근무시간·외래진료 축소 방침
교수들 사직서 제출 계속… 환자 불편 더 심해질 듯
정부 “정부 정책 무력화 악습 끊고 법치주의 세울 것”

전국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내원객이 머리를 의자에 기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전국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내원객이 머리를 의자에 기대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수들의 주 52시간 준법투쟁이 가시화하고 있다. 실제 준법투쟁에 들어갈 경우 환자들의 불편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피로가 누적된 교수들은 근무시간과 함께 외래진료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교수들에게 법정 근로 시간인 주 52시간에 맞춰 근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앞서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각 대학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지난 25일부터 교수들의 근무 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이다.

전북대 의대, 전북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피로가 누적되자 근무 시간 조정 등에 나섰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협박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교수들은 힘들지만, 환자 곁을 지키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증 및 응급환자 곁에서 주야로 외래, 병실,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에 오가며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제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경우 환자의 건강과 안전도 지킬 수 없기에 불가피하게 진료를 조정하게 됐다”고 했다.

제주대병원 일부 교수는 그동안 주 100시간 가까이 일하면서 체력적 한계가 찾아오자 주 52시간 법정 근로시간에 맞추기 위해 진료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은 한 달에 열 번씩 당직을 서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고, 교수들도 체력적, 정신적 한계가 오면 외래 진료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25일부터 중환자 및 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외래 진료를 축소한 것에 이어 일반병동 일부의 운영을 줄이고 가동하지 않게 된 병동의 간호사들을 다른 병동에 근무하게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명대 동산병원도 다음 달부터 일부 병동의 운영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사태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2개 정도의 일반 병동을 다른 병동과 합치고, 간호사 등 인력을 응급실 등 분야에서 근무하게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도 이어지고 있다. 경상국립대 의대는 교수들의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사직 교수의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8일 오후까지 비대위에 사직서를 전달한 교수는 총 정원 283명 중 132명이다.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의료개혁의 당사자는 국민이므로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박민수 중수본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의료개혁은 의사 직역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직접적인 당사자”라며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특정 직역과 흥정하듯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2차관은 “5000만 국민을 뒤로하고 특정 직역에 굴복하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특정 직역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켜 온 악습을 끊고,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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