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18세기 초까지 영국 중·북부 공장지대에는 직물공장 숙련공이 중심이 된 수공업산업 시대였다.

증기기관이란 신기술의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이란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맞이했다. 직물기계가 노동자들을 대신하자 근로자들이 기계를 파괴하고 공장 소유주 주택에 방화를 자행했다. 이 기계파괴 운동을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한다.

러다이트 운동은 직물기계의 등장 및 발달로 기존 근로자들의 작업이 대체되면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자신들의 생계유지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일어났다. 그러나 역사는 이들의 우려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기계가 보급되면서 기계를 만들기 위한 인력이 필요해지고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전후방 산업이 발전, 추가적인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실제로 기술의 진보와 변화와 혁신은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생산성 증가에 따른 근로자 임금 상승 등을 야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변화와 혁신의 시기인 지난 1970년 실업률은 7.4%에서 2012년 3.0까지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노동소득분배율은 41.0%에서 59.7%까지 높아진 바 있다.

인류 문명사로 볼 때 산업혁명기마다 당해 분야에는 일시적으로 일자리가 소멸되고 기득권이 침해되기 때문에 반발이 있었지만 신기술과 변화·혁신은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와 서비스로 차후에는 소득과 후생이 증대됐다.

전기의 발명으로 자동화와 대량생산체제로 전환된 제2차 산업혁명, IT와 컴퓨터에 의한 제3차 산업혁명(정보혁명) 시기에도 똑같은 문제가 제기됐으나 이러한 신기술과 변화·혁신 시기에 잘 대처한 기업과 국가는 성장했고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우리나라도 정보화혁명에 잘 대처해 정보통신 일등강국이 됐고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최근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의한 대량실업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네오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네오 러다이트 운동이란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기술에 의한 대량실업과 부작용으로 인류의 삶을 파괴될 것이라고 벌이는 반(反) 기술, 반 변화·혁신 운동으로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첨단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고용 시장에 변화가 닥치면서 네오 러다이트 운동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40억 달러(약 5조 8000억원)를 투자해 연 50만대 생산이 가능한 테슬라의 유럽 최대 생산 시설인 독일 공장이 환경 단체의 범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완전히 멈췄다.

자율주행 택시(로보 택시) 운행을 전면 허용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민단체가 로보 택시에 고깔 모양의 ‘러버(rubber·고무)콘’을 얹어놓아 운행을 막는 시위를 벌였다.

AI 로봇에 대한 물리적 공격도 발생했다. 캐나다에서 히치하이킹과 감정 표현이 가능한 인간형 로봇으로 미 대륙 횡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사람의 공격을 받고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지면서 실험은 중단됐다. ‘MIT(매사추세츠공대)’에서 로봇으로 병원으로 배달하는 실험 중에, 직원들이 로봇을 방망이로 파괴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복합쇼핑몰·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의 통제, 유상 자가용 카풀 금지, 원격의료 반대와 최근의 의료파업, AI시대의 도래에 대한 비관과 지나친 우려도 신기술과 변화·혁신을 거부하는 네오 러다이트 운동의 일종이다.

우리는 신기술과 변화·혁신을 거부하는 네오 러다이트 운동을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신기술과 변화·혁신을 받아드리고 다른 나라 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신기술과 변화·혁신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과 위험요인은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 이를 없애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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