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1. 직장인 A씨는 사업주에게 연차휴가 사용에 관해 묻자 근무한 지 1년이 넘어야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근로기준법상 연차 발생 기준을 이야기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다른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사업주의 가족인 직원을 제외하고는 10년 동안 연차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10명 중 6명은 지난해 연차휴가를 6일 미만 사용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13일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67.9%는 지난해 6일 미만으로 연차휴가를 썼다고 답했다.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연차휴가를 6일 미만으로 사용한 비율은 줄었다. 5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 근로자 중에서는 21.1%,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16.1%가 지난해 6일 미만으로 연차휴가를 사용했다.

전체 응답자 중에서 연차휴가 사용일이 6일 미만이었다는 응답은 37.8%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 연차휴가 사용일은 ▲9일 이상 12일 미만(17.3%) ▲15일 이상(16.3%) ▲12일 이상 15일 미만(15.0%) ▲6일 이상 9일 미만(13.6%) 순으로 많았다.

또 직장인 10명 중 3명(34.5%)은 연차휴가를 원하는 시기에 사용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34.7%는 ‘유급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300인 이상 사업장(3.1%)의 10배 이상이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한 지 3개월 차인 직장인 B씨는 “회사에서 일이 없다는 이유로 쉬라는 지시를 12번 받았는데 회사에서 그 중 3일은 연차휴가로 처리하겠다고 했다”면서 “가족 행사로 이틀을 쉬어야 하는데 남은 연차가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사용자가 호의를 베풀어주지 않는 한 근로자들은 쉬고 싶을 때 쉴 권리조차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 규정도 적용되지 않아 사장이 개인 사유로 휴업을 통보하고 그 기간을 무급으로 처리해도 법적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차휴가, 휴업수당 외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연장근로 제한, 해고제한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 공휴일 및 연장‧휴일‧야간근로 가산 수당 등의 규정도 적용되지 않아 노동법 범법 지대가 되고 있다”면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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