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설문
“원장·실장 무소불위 권력”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을 언급하는 등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1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을 언급하는 등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1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기사와는 관련 없음. ⓒ천지일보 2024.03.16.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시골 병원인데 임금 체불, 원장의 직장 내 괴롭힘, 부당징계 및 해고 근로자 신고가 100건 이상 접수되고 근로감독도 2~3번이나 나왔음에도, 여전히 근로자에게 갑질하고 괴롭히는 악질적인 병원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정말 너무나도 개탄스럽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제조업·도소매업·보건복지서비스업·건설업·교육서비스업·숙박및음식점업·기타 등 7직종 종사자를 조사한 결과 전체 27.3%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

특히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 중 29.5%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평균보다 높았다. 구체적으로 폭행·폭언(15.9%), 모욕·명예훼손(19.3%), 따돌림·차별(13.6%)을 당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제조업에서는 괴롭힘 종류 중 업무외 강요(16.1%)와 부당지시(21.1%)가 가장 높은 반면 교육서비스업에서는 폭행·폭언(2.4%), 업무외 강요(5.9%), 모욕명예훼손(11.8%), 부당지시(14.1%) 등 대체적으로 타 직종보다 직장 내 괴롭힘을 받는 비율이 낮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도 사회복지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38.5%가 ‘심각하다’고 답해 직장인 평균(33.3%)보다 5% 이상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에 이어 가장 높았다. 병원과 사회복지시설 노동자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 괴롭힘 경험률이 높고, 괴롭힘을 경험한 노동자 10명 중 4명이 심각한 괴롭힘을 겪고 있는 셈이다.

직장갑질119는 작은 규모의 병의원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원장이 가진 제어하기 어려운 권력이 폭언, 모욕, 따돌림 등 갑질로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갑질 사례로는 괴롭힘을 당해 상담을 했지만 다른 병원에 가더라도 피해자 정보가 공유된다고 겁박하면서 신고하지 말고 조용히 퇴직하라했다거나 간호사가 구해지지 않는다고 야간에 간호조무사만 감당하게 하고 퇴근시간에도 업무 지시가 있었다 등이다. 이 외에도 형식상으로 포괄임금제로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실제 급여를 삭감해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사례, 업무상 필요함에도 휴대폰을 걷거나 네이버 밴드에 수간호사가 올린 글에 3일 이내 댓글 달고 달지 않으면 벌금 등의 사례도 나왔다.

장미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추진위원 노무사는 “중소 병의원은 원장과 원장이 신임하는 실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라며 “퇴근 후 방문하는 환자들을 위해 대부분 운영시간이 긴데, 긴 운영시간을 관리하는 스케쥴표의 결정 권한이 실장에게 맡겨져 있어 사실상 실장의 말을 거스르기 쉽지 않으며, 병원 특성상 굉장히 통제적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장·실장들의 네트워크도 공고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부당한 대우에도 꾹 참고 일하거나 조용히 나가는 것을 선택한다”며 병원 내 갑질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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