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에 오는 눈 

나태주(1945~ )

눈이라도 3월에 오는 눈은

오면서 물이 되는 눈이다

어린 가지에

눈물이 되어 젖는 눈이다

이제 늬들 차례야

잘 자라거라 잘 자라거라

물이 되며 속삭이는 눈이다. 

 

[시평]

3월도 이제 하순경에 이르렀다.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진다. 밝게 떨어지는 햇살은 따듯하며, 살갗을 어루만지듯 불어오는 바람은 훈훈하다 못해 감미롭다.

그러나 때때로 변덕을 부려, 추운 바람이 갑자기 불어오기도 하고, 한겨울 마냥 눈이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3월에 내리는 눈은 한 겨울에 내리는 눈 마냥, 내리면서 꽁꽁 언 얼음이 되지를 않는다. 내리면서, 내리면서 그냥 녹아버리고, 이내 물이 된다.

그래서 3월에 내리는 눈은 이제 막 눈을 뜨려는 어린 가지의 안쓰러운 눈물인 듯 가지 끝에 매달려, 따듯한 사랑으로 힘들여 눈 뜨려는 어린 가지들을 보듬어준다.

그래 작은 생명들아! 혹독한 겨울나기가 얼마나 힘이 들었니? 조금만 더 힘을 내, 조금만 더 힘을 내, 그러면 너희들도 활짝 피어날 수 있어. 3월의 눈은 어린 생명들에게 ‘잘 자라거라 잘 자라거라’ 보듬어주는 생명의 물이 되어 속삭여 준다.

내리는 차가운 눈마저도 이내 싱그러운 물이 되어 새 생명을 보듬어주는 3월. 아, 아 3월은 새로운 생명을 위한 신의 축복이 가득 찬, 그런 계절임에 틀림이 없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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