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진영 “불공정한 가짜 선거” 규탄, 점령지 투표도 맹비난
中과 인도 긴밀한 관계 다짐… 북한·이란·베네수엘라도 편들기

(출처: EPA,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크림반도 병합 10주년 콘서트에 대선 후보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은 대선 후보들과 크림반도 병합 콘서트 참석한 푸틴
(출처: EPA,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크림반도 병합 10주년 콘서트에 대선 후보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은 대선 후보들과 크림반도 병합 콘서트 참석한 푸틴

[천지일보=방은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에서 압승하며 5선에 성공하자 국제사회의 반응이 둘로 갈라졌다. 서방은 푸틴 대통령의 압승을 불공평하고 비민주적이라고 규탄한 반면 중국, 인도, 이란, 북한 등은 푸틴 대통령이 집권을 6년 더 연장한 것에 대해 축하했다. 이번 대선을 두고 러시아가 2년 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신냉전 전선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18일(현지시간) BBC,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87%의 기록적인 득표율로 5선을 확정한 뒤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크림반도 병합 10주년 콘서트’를 열어 크림반도의 러시아 반환을 축하했다. 그는 “크림반도가 본항으로 돌아왔다”며 “러시아와 손잡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와 노보로시야(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가 고국으로 오는 길은 더 어렵고 비극적이었지만 우리는 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5선에 성공한 이후 처음으로 군중 앞에서 행한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10주년 기념 콘서트는 대선 다음날 열려 푸틴 대통령이 5선을 자축하는 성격을 띠었다.

이에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맞서 출마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서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러시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억압과 협박을 기반으로 치른 선거 결과는 가짜”라고 일축했다.

독일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무장관은 “러시아 선거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선거였다”고 평했다. 스테판 세주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 프랑스는 ‘특별선거작전’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 선거는) 자유롭고 다원적이며 민주적인 선거를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이번 선거 결과가 “러시아 내 ‘억압의 깊이’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푸틴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제거하고 언론을 통제한 뒤 자신이 승자가 됐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영국 등은 러시아가 전쟁 중에 합병했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서도 선거를 실시했다는 사실을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선거는 정당성이 없다”며 “최근 며칠간 러시아 독재자가 또다른 선거를 치르는 시늉을 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이 인물은 권력에 젖어 영원한 통치를 위해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며 “그는 헤이그(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친러시아 진영은 푸틴 대통령의 승리를 환영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 “당신이 다시금 당선된 것은 당신에 대한 러시아 인민의 지지를 충분히 방증한다”며 “당신의 지도하에 러시아 국가 발전과 건설에서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22년에 합의한 ‘무제한’ 파트너십을 촉진하기 위해 모스크바와 긴밀한 소통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모스크바와 뉴델리의 오랜 세월에 걸쳐 검증된 특별하고 특권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인도와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미국의 세계 경제 패권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신흥 경제국인 브릭스(BRICS) 그룹의 회원국이다.

서방으로부터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했다는 비난을 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며 러시아와의 양자 관계를 더욱 확대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반 길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엑스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국민을 대표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치운동이 거둔 압도적 선거 승리를 축하했다”고 밝혔다. 옛 소련 영토였던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정상도 푸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했다.

서방이 러시아를 제재시키려는 노력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프리카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재선이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의 입장을 강화하는 것으로 일부 신문에서는 보도했다. 사헬 지역의 이들 세 국가는 최근 몇 년간의 쿠데타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해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