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출국금지 해제 논란과 관련한 고발 사건을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담당하는 수사 4부에 배당했다. 이 대사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는 지난해 9월 민주당의 고발로 시작됐다. 하지만 그간 수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평가이다.

공수처는 고발장 접수 후 4개월 만인 올해 1월 처음으로 해병대 사령부와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아직 압수물 분석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그를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 공수처가 이 대사를 출국 금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법무부가 지난 8일 출국 금지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7일 4시간가량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은 뒤 10일 호주로 출국해 현지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종섭 리스크’는 더불어민주당에는 호재로, 국민의힘에는 무거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을 당론으로 정해 발의한 뒤 맹공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종섭 도주 출국, 대통령이 왜 이렇게까지?’라는 현수막을 설치하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은 이 문제가 총선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여당의 공동 선대위원장 중 한 명인 국민의힘 나경원 국회의원 후보가 “임명 절차에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사의 부임 논란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법무부가 이 대사를 출국금지 시킨 사실을 대통령실과 외교부에 알리지 않아 무리한 인사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정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 전 장관이 형사사건으로 수사를 받으며 출국금지를 당한 것이 사전에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에 중대한 하자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공직자가 수사받고 있는데 외국에 대사로 나가 있다고 안 들어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내 사법절차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한 총리의 말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범죄 혐의를 받는 해외 공관장이 잠깐 귀국해 수사를 받는 것은 외교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섭 리스크’는 집권 후반을 향해 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이나 국익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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