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나란히 1·2등 기록
SUV 등 차량 판매 증가 영향
삼성 52년 만에 조 단위 손실
반도체 가격 하락·폰 판매 부진

현대자동차 영업이익 변동 현황. 별도 제무제표 기준. (CXO연구소) 2024.03.14.
현대자동차 영업이익 변동 현황. 별도 제무제표 기준. (CXO연구소) 2024.03.14.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기업별로 지난 한 해 동안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성적표를 놓고 주요 기업들의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영업이익에서 국내 상장사 중 1위를 차지하며 새로운 역사를 쓴 반면, 장기간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10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50년 넘게 이어온 영업이익 행진을 멈췄다.

14일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기업 비교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6조 67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2조 8285억원에 견줘 3조 8424억원, 135.8% 증가한 규모다. 지난 2000년 이후 첫 정상 기록이기도 하다. 반도체 호황과 SUV 판매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아는 현대차를 뒤따라 영업이익 6조 3056억원으로 2위에 올랐다. 현대차의 영업이익 95%에 이르는 수치다. 3분기까지는 오히려 현대차를 앞서 나가고 있었지만, 4분기에 밀려 2위로 머물렀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작년 11조 526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간 삼성전자가 50년 넘게 지속 성장해왔던 배경에는 경영 능력이 탁월한(Talent) 오너(Owner) 경영자와 전문경영인(Professional businessman)이 상호 융합하는 ‘T·O·P’ 전략이 꼽힌다.

그러나 이번 삼성전자 성적은 과거 1969~1971년 영업적자 이후 52년 만의 첫 조(兆) 단위 영업 손실로 기록됐다. 전년에 기록한 영업이익 25조 3193억원과 견주면 수직 낙하한 셈이다. 이 같은 결과에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변동 현황. 별도 재무제표 기준. (CXO연구소) 2024.03.14.
삼성전자 영업이익 변동 현황. 별도 재무제표 기준. (CXO연구소) 2024.03.14.

지난 1969년 창업 이래로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55년 동안 네 번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중 세 번은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이 창업한 첫해인 1969년(매출 대비 영업손실률 –1.9%)과 1970년(-5.3%), 1971년(-7.9%)으로 모두 창업 초기였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현대차는 15조 1269억원으로 여전히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6조 5669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1년 51조 633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2년 43조 3766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85% 가까이 이익이 급감했다.

이번 엇갈린 성적표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의 회복 전략과 현대차 그룹의 성장 지속 여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삼성전자가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사실보다 올해와 내년 사이에 경영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전환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위기 상황에서 CEO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기에 삼성전자를 이끄는 경영진은 좀 더 명확한 비전과 시대를 읽는 통찰력을 발휘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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