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안하무인(眼下無人), 요즘 이 사자성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를 마무리하는 이때 정권 심층부에 흐르는 권력의 실체를 보노라면 곳곳에서 안하무인의 언행이 넘쳐나고 있다. 4대개혁을 외치던 정부가 다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들고 나오는가 하면, 국회 안팎에서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극우성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공천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은 이미 상식과 원칙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힘깨나 쓰는 파워세력의 무한질주는 브레이크마저 고장 난 듯하다. 뭐든 거침이 없고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그 배경은 결국 ‘무능한 야당’ 탓이 아닌가 싶다. 새정치연합은 브레이크커녕 이미 존재감조차 미약하다. 권력인들 그런 야당이 두려울까 싶다.

이런 야당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안하무인, 사전을 찾아봤다. “사람됨이 교만(驕慢)하여 남을 업신여김” 또는 “태도가 몹시 거만(倨慢)하여 남을 사람같이 대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권력관계로 풀이하면 후자의 설명이 딱 들어맞는다. 그 무엇을 하든 “야당을 야당같이 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권력의 잘못도 크겠지만 그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할 능력이 없는 야당 탓이 더 크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야당의 존재이유이다. 강력한 야당이 존재하는 곳에 어찌 감히 권력의 폭주가 가능하겠는가.

지금 새정치연합은 역대 최약체 야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번 선거에서 진다는 이유를 넘어서 이런 야당에게 그 무엇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박근혜 정부 탓을 해 본들 그 이면에는 무능하고 무기력한 야당의 존재가 더 본질적이다. 뭐하나 제대로 바로잡는 것을 보지 못했다. 말로는 민생이나 혁신을 외치지만 이미 속물화된 기득권 집단의 아류처럼 행동한다. 그러니 권력에 대한 감시나 견제보다 오직 공천, 오직 금배지에만 정신이 팔려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문재인 대표 거취를 둘러싼 계파싸움의 본질도 결국 공천이 아니겠는가. 지금 야당이 이럴 때란 말인가.

내년 총선에서는 ‘정권심판론’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박근혜 정부에 기대했던 바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것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어디론지 가버리고 지금은 황량한 이념투쟁의 깃발만 펄럭이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는 이를 심판하려는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 하나를 놓치고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누굴 찍어야 한다는 말인가. 새정치연합이 그 대안으로 가능할까. 착각하지 말자. 박근혜 정부가 무능하다면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더 무능하다. 어쩌면 ‘새정치연합심판론’의 바람이 더 거세지는 않을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은 이대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인가. 눈 크게 뜨고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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