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오늘 저는 귀거래사를 부르지만 4년 전 여의도에 들어갈 때 스스로 다짐했던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초심은 영원히 간직해 다른 방법으로 애국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정치인의 속마음이야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의 불출마 선언은 비장해 보인다. 서울 서초(갑)구는 새누리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게다가 그는 아직 초선이요, 더욱이 친박계다. 재선에 도전해야 할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상징의 정치가 말하는 것

정치인은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산다. 그 신뢰가 무너지면 ‘정치꾼’이 되고 만다.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국론을 분열시키며 국가를 도탄에 빠지게 하는 주범들이다. 그러면서 크고 작은 권력에 빌붙어 온갖 궤변과 술수로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정치 모리배’ 수준에 다름 아니다. 우리 정치권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

정치인에게 ‘상징’은 중요하다. 정치인의 모든 언행은 특정한 상징으로 압축되며 그 압축된 상징은 국민에게 구체적인 이미지로 전달된다. 따라서 정치인에게 상징은 겉치레가 아니라 축적된 이미지의 총체인 셈이다.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별한 사연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정계은퇴로도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회선 의원은 전도양양(前途洋洋)의 길을 버리고 불출마를 선택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상징의 정치’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김회선 의원의 입각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차후의 일이다.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넘친다. 이를 위해 진충갈력(盡忠竭力)하겠노라는 훌륭한 인물도 줄을 서 있고 우리 당에도 패기 넘치는 젊은이부터, 경륜과 식견을 갖춘 노련한 경험자에 이르기까지 한두 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더 새롭고 유능한 인물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는 뜻이다. 이 얼마나 짠하고 진정성 있는 결단이 아니란 말인가. 각기 사연은 다르지만 새누리당에서 불출마 선언이 벌써 다섯 번째다.

반대로 새정치연합을 보자. 일찌감치 최재성 의원과 문재인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다시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렇다면 비례대표인 김용익 의원만 불출마가 확실한 셈이다. 새누리당에 비해 지지율이 절반 밖에 안 되는 정당에서, 그것도 당내 패권세력에 대한 퇴출 요구가 분출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계속 침묵이다. 아니 실제로는 이미 표밭을 뛰고 있을 것이다. 국민이 어떻게 보든 말든, 누가 불출마를 선언하든 말든, 나는 반드시 출마하고야 말겠다는 그 집착과 독선의 독기(毒氣)는 야당을 점점 파멸로 몰아가고 있다. 이들이 어쩌면 야당이 파멸하더라도 나만 살면 된다는 극악무도한 ‘탐욕의 화신’으로 상징화되지 않을까 걱정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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