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흔히 북한을 가리켜 ‘동토의 왕국’이라고 부른다. 단지 기온이 낮아서일까. 아니다. 인류 문명과 고립되어 그들만의 리그로 살아가는 무지한 세상이기에 북한은 얼어붙은 땅인 것이다. 북한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사용을 금지하는 국가로 최근 사용자 수를 분석한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데이터 분석 기관 ‘데이터리포탈(DataReportal)’이 발표한 ‘디지털 2024 글로벌 보고서’는 북한 내 인터넷 사용자가 1000명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초 북한 인구의 99.9% 이상이 인터넷 비연결 상태다. 북한 당국의 외부 정보 유입 차단으로 북한 인구 2620만명의 인터넷 접속이 불가해 인터넷 사용자 수를 조사한 대상 국가들 가운데 북한은 최하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사용자의 대부분은 국외 거주자와 극소수 고위 엘리트층 내지 김여정 부부장이나 김주애 김정은의 딸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데이터리포탈과 협력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연구자회사인 GSMA인텔리전스(GSMA Intelligence)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초부터 2024년 초까지 북한의 휴대전화 연결 수는 751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랍게도 북한의 공식적인 전체 인구 2620만명의 28.7%를 차지하는 수치다. 다만 이 보고서는 개인이 반드시 1개의 휴대전화만을 관리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모바일 연결 수가 사용자의 수보다 많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현재 ‘광명망’이라는 내부 인트라넷을 사용하고 있고 인터넷은 대부분의 사람이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고서는 부연했다.

북한인권단체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성통만사)’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에서 직업적인 필요에 의해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승인을 받으면 2명의 인터넷 사용자 사이에 1명의 사서가 무엇을 검색하는지 감시하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 동안 5분마다 사서의 지문을 찍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 세계 인구 전망(United Nations World Population Prospects)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는 80억 8000만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세계 인구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7400만명 증가해 전년동기 대비 0.9% 증가했다. 2024년 초 기준 고유 휴대전화 사용자 수는 56억 1000만명이다. GSMA인텔리전스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69.4%가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고 있고, 2023년 초 이후 전 세계 인구는 1억 3800만명(+2.5%) 증가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66%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사용자는 53억 5000만명에 달한다. 인터넷 사용자는 2023년 초부터 9700만명이 신규 사용자로 지난 1년간 1.8% 증가했다. 심리학에는 ‘닻 내리기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가장 먼저 획득한 정보에 의해 생각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정보’에 따라 생각이 어느 한곳에 머물러 버리는 모습이 마치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닻’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57년 미국 심리학자 로친스는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젬(Gem)’이라는 인물을 묘사한 각기 다른 네 편의 짧은 글을 준비했다. 첫 번째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젬’을 명랑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묘사했고, 두 번째 글은 전반부에는 명랑하고 친절한 모습을, 후반부에는 괴팍하고 불친절한 모습을 묘사했다. 세 번째 글은 두 번째 글과 반대로 전반부에 괴팍하고 불친절한 모습을, 후반부에 명랑하고 친절한 모습을 묘사했고, 네 번째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잼의 괴팍하고 불친절한 모습만 묘사했다.

네 팀의 실험 참가자에게 각각 한 편의 글을 읽게 한 후 젬의 사람 됨됨이가 어떤지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 글의 전반부 내용이 중요함을 단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전반부에 명랑하고 친절한 모습을 묘사한 글을 읽은 사람은 78%가 젬을 친절한 사람이라고 평가했고, 괴팍하고 불친절한 모습을 전반부에 묘사한 글을 읽은 사람은 겨우 18%만이 젬을 친절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지도자는 전지전능한 인물로 교육되어 있다. 만약 북한 주민들에게 인터넷이 공개되는 순간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은 보통 사람으로 추락한다. 통치자를 우상화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제하는 북한 정권, 자기 백성들이 문명의 낙오자가 되는 대죄를 어떻게 속죄하려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