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167명 집단 매장도”
“사망자 85%는 여성·어린이”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한 소년이 하마스-이스라엘 분쟁으로 숨진 사망자들의 무덤 옆에 무릎을 꿇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한 소년이 하마스-이스라엘 분쟁으로 숨진 사망자들의 무덤 옆에 무릎을 꿇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사디 바라카(64)는 매일 무릎을 꿇고 흙을 파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동묘지에 시신을 묻기 위해 노력한다. 가자지구 중심부에 있는 데이르 알 발라 묘지는 최근 몇 달 동안 끝없이 밀려드는 시신을 수용하기 위해 여러 차례 확장됐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사망자가 3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미국 CNN 방송은 시신 묻을 공간도 부족하다는 한 장묘업자의 한탄을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라카는 작년 10월 7일 개전 이후 약 1만 6880명을 매장했다. 그는 “한 번에 30~40명씩 집단 매장을 한다”며 “지금껏 167명까지도 한꺼번에 매장해봤다. 이들의 품위를 지키며 묻을 수 있도록 사람들이 타일과 시멘트를 보내주길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함께 나온 CNN 영상에는 무덤으로 만들 땅이 더 이상 없어 대신 콘크리트 블록으로 새 무덤을 만드는 모습이 담겼다.

이스라엘에서도 28년간 같은 일을 해 온 바라카는 전쟁 이후 목격한 참혹한 모습, 토막난 아이들, 온 가족이 함께 묻힌 무덤, 수십명이 한꺼번에 묻힌 무덤의 모습은 감당하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잠을 자려고 해도, 수면제를 2㎏이나 먹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라카는 그가 묻은 희생자 중 약 85%가 여성과 어린이였다고 추정했다. 그는 공동묘지에 쏟아져 나온 수천구의 시신 중 하마스 전사자는 단 3명뿐이었다며 이스라엘이 하마스 대원을 살해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뿐만 아니라 식량난에 따른 사망자도 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처음으로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지원으로 식량을 공중 투하했는데, 바라카는 이 작전을 ‘정치적 공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비행기에서 패스트푸드를 떨어뜨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라카는 자신이 죽기 전 세대에 걸친 폭력이 종식되는 것을 보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오직 평화만을 원하며 다른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하나가 돼 살아야 한다. 전쟁은 이제 충분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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