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업무보고·경제 정책 주목
위기 속 ‘5% 성장’ 외칠 듯
경제 해법에 ‘신품질 생산력’
시진핑 3기 당 장악력 중요
외교는 기존 상태 고수할 듯

4일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개막한다. 이날 발표되는 올해 경제 정책 발향, 경기 부양책, 경제성장률 목표치 등에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작년 3월 5일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 회의 개회식이 열리는 모습. (출처: 뉴시스)
4일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개막한다. 이날 발표되는 올해 경제 정책 발향, 경기 부양책, 경제성장률 목표치 등에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작년 3월 5일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 회의 개회식이 열리는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오는 4일 개막한다. 양회는 4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동시 연례 회의다. 이 회의는 오는 11일경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협은 당과 국자에 자문하기 위한 사회단체를 동원한 연합 전선 조직이다. 전인대는 입법부로 개념적으로는 국가 권력 최고 기관이다. 두 기관 모두 공산당 통제하에 있지만 각기 뚜렷하고 중요한 정치적 기능을 수행한다.

최고 정치 자문기구와 입법부 회의는 전통적으로 다음 해 정부의 정책 의제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올해는 경제 역풍과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중국이 급속한 고령화와 디플레이션 위험과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양회는 4일 2000명 이상의 정협 위원들이 베이징에 모여 자문기구의 연례 업무보고를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입법회 첫날인 5일에는 리창 총리가 전인대 대의원 약 3000명 앞에서 첫 정부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리 총리의 이 연설은 양회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전인대 업무보고는 4월에 발표할 5개년 입법 계획에 어떤 항목이 포함될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리 총리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포함해 지난 한 해 동안의 경제 성과를 설명하고 올의 새로운 성장 목표, 정책 의제 및 예산을 제시한다.

이후 며칠 동안 입법 회의에서 업무 보고서, 예산 및 기타 법안을 심의한다.

그 밖에 주목해야 할 행사로는 외교부장의 기자회견, 집권 3기 2년 차를 맞이한 시진핑 국가 주석의 행사 마무리 연설, 폐막식 후 총리의 뉴스 브리핑 등이 있다.

ⓒ천지일보 2024.03.03.
ⓒ천지일보 2024.03.03.

◆재정 부양책 발표할 가능성도

이번 양회에서 국제사회의 눈이 쏠린 부분 중 하나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다.

중국 경제 수장인 리 총리는 부동산 개발업체의 채무 불이행, 국내 소비 부진, 해외 수요 약세 등 팬데믹으로 인한 불규칙한 회복세를 보인 세계 2위 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시행된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한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 그리고 2016년 정책 완화 이후에도 여전히 낮은 출산율에 직면해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중국이 내년에도 비슷한 5%의 목표 성장률을 설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 부양책이나 구조 개혁 등 어떤 정책 수단을 사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시아 사회 정책 연구소의 중국 분석 센터의 중국 정치 연구원 닐 토마스는 경제적 불확실성에 있는 중국에게 올해 양회가 중요할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그는 “시진핑 시대에 중국의 미래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해 보였기 때문에 중국 안팎의 사람들은 중국의 경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 방법을 알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 지도부를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 총리는 경제와 자립을 촉진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 분야의 자체 혁신을 지칭하는 용어로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産力)’을 강화하겠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중심의 개혁보다 당이 주도하는 기술-제조 산업 정책을 선호하는 시 주석의 전략을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1월 31일 시 주석은 지난 9월 헤이룽장성 시찰에서 소개한 개념인 ‘신품질 생산력’의 발전 가속화에 초점을 맞춘 정치국 연구 세션을 주재했다. 시 주석은 “신품질 생산력을 개발하는 것이 본질적인 요구이자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초점”이라며, 그의 대표적인 경제 접근법으로 향후 정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리 총리가 재정 부양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높다. 최근 주택 대출 금리 인하에도 미중 금리 격차와 자본 도피에 대한 우려로 인해 통화 완화 정책의 선호도는 낮아질 것이며, 이에 중국인민은행은 ‘신중한 통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리 총리는 소비, 투자, 주식 시장 회복을 위해 민간 기업과 재계에 밝은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책 수정에는 획기적인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경제 정책 메커니즘을 미세 조정하는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리 총리는 예산안도 전달할 예정이다. 연례 재무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전인대 첫날에 심의되고 주 후반에 발표된다.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예산 증가 규모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인민해방군은 이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현대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2027년 목표가 얼마 남지 않았다.

분석가들은 중국 국방예산 증가율이 2021년 6.8%, 2022년 7.1%, 작년 7.2%로 3년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린 데 따라 올해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월 12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 중인 류젠차오 중화인민공화국 공산당 국제연락부 부장(가운데). (출처: 뉴시스)
지난 1월 12일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 중인 류젠차오 중화인민공화국 공산당 국제연락부 부장(가운데). (출처: 뉴시스)

◆류젠차오 새 외교장관 임명 관측

양회 초점은 주로 국내 문제이지만 중국의 외교수장인 왕이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브리핑도 주목된다.

아시아 사회 정책 연구소의 토마스는 SCMP에 “중국이 서방의 주요 선거를 앞두고 적대감을 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한 “중국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업 신뢰를 높이기 위해 안정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차기 외교부장 등 외교안보라인 인사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월부터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친강 외교부장이 설명 없이 갑자기 실각한 후 7월에는 왕이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외교부장 겸직을 맡고 있다. 톈진시 인민대표대회 소속으로 작년 1월 14기 전인대 대표에 선출됐던 친 전 부장은 전인대 대표 자격까지 공식 상실했다.

류젠차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현재 왕 부장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중국이 주목할 만한 발표를 할 경우 양회 기간 중 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일각에선 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수개월째 미룬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3중전회는 보통 가을에 열리며 양회에 앞서 경제 방향과 주요 인선을 발표한다. 그러나 작년 2중전회 이후 3중전회 소식이 없는데, 군부 인사 숙청과 외교부장 해임에 대한 결정이 계류 중이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양회에서 국방부장으로 낙점된 리상푸는 친강 전 부장과 같이 임명 1년도 지나지 않은 작년 10월 해임됐으며 12월에는 장군 9명이 입법부에서 축출됐다. 이들은 부패의 완곡한 표현인 ‘규율과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둥쥔이 새 국방부장으로 임명됐지만 일반적으로 외교부장에게도 주어지는 국무위원으로 임명되지는 않았다.

외교 정책과 관련해서는 주로 시 주석이 지배하는 당 기관에서 결정되는 만큼 양회에서는 특별히 발표할 내용이 없는 것으로 전망된다. 리 총리는 12월 중앙외교공작회의의 주제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과 홍콩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상당한 관심을 끌지만 의미 있는 정책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대만 독립 움직임과 관련해서 ‘반대’하거나 ‘억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타격하겠다’고 다짐할 것인지 여부는 주목된다.

실제로 중국 서열 4위인 왕후닝 정협 주석은 최근 대만공작회의에서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단호하게 타격해야 한다”고 이 표현을 사용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23년 3월 13일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23년 3월 13일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경제 위기 속 시진핑 당 장악력 주목

양회는 중국에서 시 주석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드문 정치행사다.

양회에서 시 주석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전인대 지방 대표단 및 정협 부문별 그룹에 대한 발언이다.

이러한 발언은 종종 국가 정치의 주요 주제를 반영하거나 예고한다. 예를 들어, 작년 시 주석은 장쑤성 대표단에게 “우리가 예정대로 사회주의 현대 강국으로 전면적으로 건설할 수 있느냐의 관건은 기술 자립과 자기 개선”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어떤 경우에도 성과를 내기 위해 급하게 연못의 물을 빼고 물고기를 잡으며 GDP에만 신경 쓰는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다.

시 주석의 당 장악력도 면밀히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전인대는 투표에 부쳐진 모든 안건을 승인했지만, 익명 투표를 통해 일부 대의원이 ‘반대’ 또는 ‘기권’으로 특정 정책이나 관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수 있어 찬성률이 만장일치로 결정되지는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3월 베이징의 대기 오염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대의원의 67%만이 새 전인대 환경위원회 명단을 승인한 바 있다.

전인대의 연평균 ‘찬성’ 투표율은 시 주석 취임 직전인 2013년 85.3%로 최저치를 찍은 후 2023년 98.6%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무보고 대부분에 대한 찬성률도 증가 추세에 있다. 이는 시 주석의 당 장악력이 전임자들에 비해 더 강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도 만장일치에 가까운 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 불황으로 인해 시 주석의 무적의 외관을 무너뜨릴 수 있는 항의 투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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