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어 올해도 ‘협력적 한일관계’만 되풀이

독립운동사 재조명 언급은 논란 촉발 의도인 듯

3.1정신-통일 연결은 ‘힘의 의한 평화’ 기조 연장선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105주년 3.1절인 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생중계 방송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105주년 3.1절인 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생중계 방송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01.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도 일본의 사과 요구가 없는 한일 협력을 반복해 빈축을 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건국전쟁 등 뉴라이트 사관을 의식해서인지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고, 또 3.1독립운동을 통일로 연결짓고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3.1절 기념사의 반 정도에 해당하는 분량을 할애해 가치에 의한 통일을 강조했는데, 가치에 입각한 힘에 의한 평화, 즉 힘에 의한 통일 기조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어 남북 간 대결 구도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일, 평화번영 파트너”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3.1운동은 어느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미래지향적 독립 투쟁”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왕정의 복원이 아닌, 남녀노소 구분 없이 자유를 누리는 새로운 나라를 꿈꿨고 선열들의 믿음과 소망은 그대로 이뤄져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와 번영을 구가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우뚝섰다”고 강조했다.

또 “기미독립선언서에서 천명한 대로 새롭고 뛰어난 기운을 발휘하는 나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문화를 선물하는 나라가 됐다”고도 했다.

그러더니 “기미독립선언서는 일본을 향해 우리의 독립이 양국 모두 잘 사는 길이며 이해와 공감을 토대로 새 세상을 열어가자고 요구했다”며 “한일 양국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양국 관계에 대해 “자유,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며 지난해 3.1절 기념사와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와 같은 기조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기미독립선언서’는 일본과 무조건 화합하면서 미래만 도모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상태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선언임에도 이를 끌어들여 일제 강점기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반성을 촉구하지 않고 일본과의 협력만을 외친 것이다. 뉴라이트 세력 등이 대통령실에 포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독립운동사 재평가도 주문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사 전반을 재조명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3.1운동을 기점으로 국내외에서 여러 형태의 독립운동이 펼쳐졌다”며 무장독립운동, 외교독립운동, 교육 문화독립운동 등을 열거했다.

이어 “저는 이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역사가 대대손손 올바르게 전해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제정치의 흐름을 꿰뚫어 보며 세계 각국에서 외교독립운동에 나선 선각자들도 있었다”거나 “어느 누구도 역사를 독점할 수 없다”는 표현은 일견 맞은 발언이기는 하지만 그의 편향된 역사관과도 맞닿아 있다는 관측이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야학 등 교육과 문화 분야를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전개된 외교독립 노선 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가운데서도 이승만 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거론한 것이아니냐는 시각이다. 왜곡된 역사 논란을 계속 촉발시켜 둔감해지게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미국과 국제연맹을 상대로 일제를 규탄하고 임시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등 외교 독립 노선을 추구한 인물이기도 하니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인정하고 성찰해 되돌아보자는 독려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최근 이 전 대통령의 일생을 다룬 영화 ‘건국전쟁’에 대해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인데, 하지만 영화 평론가들의 한 줄 평은 노골적으로 이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영화치곤 내용이 너무 황당하고 허술하다는 게 대부분이라 그의 극우적 역사 인식이 씁쓸한 현실이다.

◆“3.1정신 완결은 통일”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은 3.1운동의 정신을 통일로 확장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공식 연설문에서 통일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모든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 정권은 오로지 핵과 미사일에 의존하며, 2600만 북한 주민들을 도탄과 절망의 늪에 가두고 최근에는 우리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멸의 주적으로 규정했다”며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정권의 폭정과 인권유린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으로,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며 “우리의 통일 노력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돼야 한다. 정부는 북한 주민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대사적 대변혁의 갈림길에 서 있다.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다시 일으켜, 자유 평화 번영의 길 끝에 있는 통일을 향해 모두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3.1정신인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통일로까지 연결지은 것인데, 북한의 작금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민감한 사안을 건드리는 등 가치에 기반한 힘에 의한 평화라는 기조를 거듭 천명한 것이기도 해 남북 관계 진전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통일 구상은 말뿐인 허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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