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개정 논의
오후엔 집단행동 주도 의협 관계자들 고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홍수영·유영선 기자]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상대로 정부가 하루 동안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논의와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 고발을 동시에 진행하며 ‘당근과 채찍’을 나란히 내밀었다. 정부의 전략이 통할지 관심을 모은다.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며 “의료사고 처리 법률 제·개정 방안을 중대본에서 논의한다”고 밝혔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할 경우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의료행위에서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형사 처벌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와 전공의에 대해 의료사고 공소 제기를 면제받기 위해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공제’ 보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법안의 세부 내용에 따르면, 필수의료인력이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 중증질환, 분만 등 필수의료행위는 중상해가 발생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필수의료행위 과정 환자가 사망한 경우 형이 감면될 수 있다. 이 같은 특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중재절차에 참여하는 경우 적용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해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해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0.

이것이 정부의 ‘당근’이라면, 정부는 같은 날 오후 ‘채찍’을 날렸다.

복지부는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5명, 성명 불상자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이 그 5명이다.

성명 불상자는 온라인상에 선동글을 올린 사람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업무에 복귀하라면서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자에 대한 면허정지 증 행정조치와 사법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정부는 주동자와 배후 세력에 대해 구속 수사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배후 세력에 대해 “우리 의료시스템상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전공의를 앞세워 자금 지원 등의 방법으로 집단 사직서 제출과 진료 거부를 부추기는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페이스북.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페이스북.

정부의 ‘투 트랙’ 전략이 일단은 크게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고발 소식이 알려진 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경도 안 쓰고 관심도 없다”며 “공익을 위해서라면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가 일부 제한되는 게 문제없다는 반헌법적, 반민주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정부가 협박한다고 겁먹을 거면 시작도 안 했다”고 강조했다.

임현택 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전공의들을 지원했다고 윤석열 정부 하수인 복지부가 저를 형사고발했다”며 “평생의 영광으로 생각하겠다”고 올렸다.

또 “부인의 명품백, 주가조작을 덮으려고 2000명의 의대증원과 사직한 전공의를 법적 처벌한다고 겁박하고 있다”고 한 의학신문과의 인터뷰도 갈무리해 게시했다.

임현택 회장은 앞서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의료 개혁 민생토론회에서 반대 의견을 내려다가 경호처 직원에게 입을 틀어막히고 끌려 나간 인물이다. 

이후 임현택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 등 집단행등을 이어가고 있는 2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 등 집단행등을 이어가고 있는 2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27.

정부의 당근책에 대해 환자 단체들의 반발도 변수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관련 환자 단체들은 정부가 공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해 반인권적이고 위헌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법 자체가 위헌적이고 반인권적인 특례법으로 보고 있다”며 “우선 사회적 합의가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헌법에 위반되는 내용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 안 대표는 “형사고소를 하는 이유가 입증할 수 없어서 형사고소를 통해 경찰이 증거를 수집하는 것들을 활용해 입증하려는 건데 형사고소 자체를 못하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고소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만들어야지 아예 환자의 재판청구권이나 재판절차진술권, 평등권 등을 다 위반하는 위헌적인 걸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