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행위 중 사고 형 감면
‘책임보험·공제’ 보험료 지원
29일 공청회 통해 의견 수렴
“형사고소 원천 차단은 위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가 의료인의 형사처벌 부담 완화를 위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개정을 논의한다.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사법 절차 진행을 제한하고, 형을 감면한다는 게 골자다. 오는 29일 관련 공청회를 열고 조속히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환자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사의 의료사고 형사처벌 부담 완화 추진에 반발이 커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며 “의료사고 처리 법률 제·개정 방안을 중대본에서 논의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책임·종합보험과 공제에 가입한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겠다”며 “환자는 두텁게 보상받고 의사는 소신껏 진료할 수 있도록 소송 위험을 줄여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이 이탈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할 경우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와 전공의에 대해 의료사고 공소 제기를 면제받기 위해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공제’ 보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와 전공의에 대해서는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는데 드는 보험료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와 법무부는 이날 회의에서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사법부담을 낮추기 위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법안의 세부 내용에 따르면, 필수의료인력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 의료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해도 환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에는 의료과실로 상해가 발생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 중증질환, 분만 등 필수의료행위는 중상해가 발생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종합보험·공제에 가입시 필수의료행위 과정 환자가 사망한 경우 형이 감면될 수 있다. 이 같은 특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중재절차에 참여하는 경우 적용된다.

진료기록·CCTV 위·변조, 의료분쟁조정 거부, 환자 동의 없는 의료행위, 다른 부위 수술 등 면책 제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특례 적용이 배제된다. 이날 공개된 법안은 논의를 거쳐 보완 가능하며, 오는 29일 공청회에서 추가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에 오는 29일까지 돌아오라고 마지노선을 제시했지만, 전공의 복귀는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모습. (출처: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에 오는 29일까지 돌아오라고 마지노선을 제시했지만, 전공의 복귀는 아직 ‘깜깜무소식’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모습. (출처: 연합뉴스)

환자·시민단체는 정부가 공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해 반인권적이고 위헌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법 자체가 위헌적이고 반인권적인 특례법으로 보고 있다”며 “우선 사회적 합의가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헌법에 위반되는 내용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 안 대표는 “형사고소를 하는 이유가 입증할 수 없어서 형사고소를 통해 경찰이 증거를 수집하는 것들을 활용해 입증하려는 건데 형사고소 자체를 못하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고소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만들어야지 아예 환자의 재판청구권이나 재판절차진술권, 평등권 등을 다 위반하는 위헌적인 걸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국 주요 99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수는 전공의의 약 80.6%인 9009명,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의 약 72.7%인 8939명으로 확인됐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은 커지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신규환자 입원은 24%, 수술은 50%가량 줄었다. 이들은 모두 중등증 또는 경증 환자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복귀의 ‘데드라인’으로 오는 29일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서 3월부터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미 복귀 전공의는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기소 수사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그 대신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가 29일까지 복귀할 경우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전날 밝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