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중심부의 마이단 광장 근처에 있는 전쟁 사망자를 위한 추모비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출처: 뉴시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중심부의 마이단 광장 근처에 있는 전쟁 사망자를 위한 추모비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쟁에 지친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병력과 탄약이 부족하고 서방의 원조 공급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전장의 주도권은 러시아군이 장악한 양상이다.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거의 4분의 1을 점령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의 위기는 이보다 더 클 수 없다. 전쟁 첫해에 연이은 승리를 거둔 우크라이나 군대는 더 강력한 상대를 상대로 더 깊숙이 파고들고 화력도 열세인 상황에서 뒤로 밀리는 형국으로 바뀌었다.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우크라이나가 전투를 지속하는 데 필요한 병력, 탄약, 지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결과와 현장 상황, 앞으로의 도전과제를 24일(현지시간) AP통신이 전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아이를 안은 한 여성이 러시아 공습으로 파괴된 아파트 건물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러시아군이 키이우, 드니프로, 폴타바 등 주요 도시를 공격해 최소 8명이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아이를 안은 한 여성이 러시아 공습으로 파괴된 아파트 건물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러시아군이 키이우, 드니프로, 폴타바 등 주요 도시를 공격해 최소 8명이 사망했다. (AFP/연합뉴스)

◆전황

우크라이나의 동쪽 전선에서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위를 점했고 병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으며, 대규모 군사 개편이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계속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많다.

리처드 배런스 전 영국 합동군 사령관은 “현재 상황에서는 어느 쪽도 승리하지 못했다. 어느 쪽도 패배하지 않았다.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그리고 양측 모두 전쟁을 시작할 때 가지고 있던 인력과 장비를 거의 소진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많은 기대를 모았던 여름 반격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후 좌절을 겪었다. 군대는 모스크바의 새로운 진격을 격퇴하기 위해 지난 가을 방어 태세로 전환했다.

지난 17일 러시아군은 전투가 벌어진 도시 아우디이우카를 장악했고, 우크라이나 군대는 세 방향에서 접근하는 러시아군의 끊임없는 포격에 시달려야 했다.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은 몇 주 동안 병력과 탄약 부족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 전투는 바흐무트 전투 이후 러시아가 거둔 가장 큰 전장 승리였으며, 모스크바의 공세가 힘을 얻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앞서 흑해에서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무기로 크림반도의 군사 시설을 공격하고 해상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군함을 침몰시키는 등 성공적인 전력을 입증했다. 대서양위원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흑해 함대의 3분의 1을 무력화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 깊숙한 곳을 공격하기 위해 더 많은 장거리 미사일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으며,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모스크바로부터의 확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도네츠크 타스=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도네츠크 거리에 러시아가 최근 아우디이우카 전선에서 빼앗은 우크라이나 전차 T-64가 세워져 있다. 러시아군은 17일 아우디이우카를 완전히 장악했다. 
(도네츠크 타스=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도네츠크 거리에 러시아가 최근 아우디이우카 전선에서 빼앗은 우크라이나 전차 T-64가 세워져 있다. 러시아군은 17일 아우디이우카를 완전히 장악했다. 

◆사상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사상자 수를 비밀에 부치고 있다.

2022년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된 이후 우크라이나 군 사망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민간인 수만명이 사망한 것은 분명하다.

작년 러시아의 전쟁 사망자에 대한 최초의 독립적인 통계 분석 결과 거의 러시아 남성 5만명이 전쟁에서 사망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러시아의 두 독립 언론 매체인 Mediazona와 Meduza는 독일 튀빙겐 대학교의 데이터 과학자와 협력해 러시아 정부 데이터를 분석, 이 같은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병력 비교

병력을 더 충원하지 못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에 더 취약해질 것이며, 특히 모스크바가 1000㎞에 달하는 전선을 따라 다각도로 공격을 가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의원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여단 전체에 걸쳐 평균 25%의 병력이 부족하다. 군 지휘관들은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최근 공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 결과 병사들은 피곤하고 더 쉽게 부상을 입어 병력 부족의 영향이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령부는 다음 단계의 전쟁을 위해 45만~50만 명의 추가 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그 많은 병력을 동원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 인구의 3배가 넘는 러시아의 병력은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우크라이나 남성들이 참전을 기피하는 가운데 의원들은 징병제 확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안을 놓고 수개월 동안 고심하고 있다.

지휘관들은 참호를 파거나 공격 작전을 수행할 병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병력 부족으로 인해 전술을 바꾸고, 때로는 영토를 지키는 대신 병사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지난 5월 23일(현지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군 징집병들이 할당 군부대로 향하기 전 열린 송별식에 참석해 도열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봄 징집 기간 18~27세 사이 14만7000명을 징집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징집병들은 1년간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지난 5월 23일(현지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군 징집병들이 할당 군부대로 향하기 전 열린 송별식에 참석해 도열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봄 징집 기간 18~27세 사이 14만7000명을 징집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징집병들은 1년간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무기와 탄약 상황

탄약 부족이 계속되면 우크라이나의 영토 방어와 병사 생존 능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군 지도자들은 비축량을 보존하기 위해 포탄을 배급하고 사격장으로 탄약을 조금씩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방 동맹국은 더 많은 탄약을 지원하겠다고 다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킬지는 미지수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연초까지 100만발의 탄약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수십만발만 공급했다.

러시아는 방위 산업을 동원하고 있는데, 배런스 전 사령관은 러시아가 곧 하루에 포탄 5000발을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도 국내 무기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규모 면에서 모스크바를 따라잡긴 어려워 보인다.

작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 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작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 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군 지휘관들은 보병 전투 차량, 기관총, 포병 및 여러 로켓 발사 시스템에 대한 탄약 부족에 대해 수개월 동안 불만을 제기해 왔다. 특히 2023년 말에는 탄약 부족이 더욱 심각해져 일부 포병 지휘관들은 탄약 수요의 10%만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휘관들은 특히 장사정포가 두 가지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첫째, 보병을 엄호하는 보호 우산 역할로 영토를 사수하고 공격 작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둘째, 포병은 러시아 군대와 중화기를 원거리에서 타격함으로써 모스크바의 능력을 저하시켜 계획된 공격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포병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끊임없는 포격의 압박에 점점 더 시달리게 된다. 지휘관들은 병사들이 전선을 지키기 위해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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