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대학으로 구성된 전국 의대 학장협의회는 지난 19일 성명에서 “정부가 증원하겠다고 밝힌 2000명이란 수치는 전국 의대 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수용하기 불가능하다”며 “2000명 증원 계획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원 규모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줄어든 350명이 적절하다”고 했다.

지난해 자신들의 정원 확대 요구가 무리한 것이었다고 이를 번복하면서 의대 증원 재조정을 요청한 것이다.

작년 10월 정부는 지난해 40개 의대별로 교육 여건을 감안한 2025학년도 희망 정원을 조사했다. 당시 전국 의대의 증원 요구를 모두 합치면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이었다. 2030년까지 최대 3953명까지 늘리고 싶다고도 했다.

정부가 증원하겠다고 밝힌 2000명은 의대 40개가 증원을 희망한 최소 수치였다. 하지만 의대 학장들은 이제 와서 적정한 증원은 350명이라고 말을 바꿨다. 적정 규모가 350명이라는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의대 학장들의 말이 바뀐 것은 의료계의 압력을 의식한 때문인 듯 싶다. 무책임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의대 학장들은 지난해 수요 조사 당시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정부에 제출한 것을 두고 의대보다는 대학 본부 측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의대 정원 증원이 학교 위상과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대학 본부 측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대 학장들이 의대 증원이 미치는 영향 등을 결코 모를 리 없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국립대 의대 정원은 4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교육 여건은 크게 개선됐다. 교수 채용은 크게 늘어나 서울대 의대의 경우 1985년 대비 기초교수는 2.5배 늘었고, 임상교수는 3배 증가했다.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더라도 가르칠 교수들은 전혀 부족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 희망을 받은 뒤 그동안 언론 보도는 계속적으로 “1000명 이상 늘린다”고 밝혔다. 전국 의대에서 침묵을 지키는 사이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발표하자 의료계에서 집단적인 반발이 시작됐다.

전공의들이 무더기 사표를 던졌고, 의대생들도 집단 휴학을 하겠다고 했다.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의대 학장부터 학부생들까지 모두 가세한 셈이다. 의대 학장들의 말바꾸기는 의료 대란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학문을 연구하고 미래 의사를 가르치는 교육자인 의대 학장들은 책임있는 말과 행동을 하기를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