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프 카람사 신부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폴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행복하고 동성애자 성직자로서 자랑스럽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바티칸 교황청의 고위 성직자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가톨릭교회가 그간 금기시한 동성애와 재혼 등의 문제를 다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주교 시노드)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나온 성직자의 고백에 바티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황청이 설립한 대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쳐온 크리스토프 올라프 카람사 신부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폴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당당히 밝혔다.

카람사 신부는 “저는 동성애자이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가톨릭교회에서 이렇게 밝히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이고 매우 힘든 결정”이라며 “평생 금욕생활만 하도록 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다. 이제 가톨릭교회가 동성애 문제를 직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성애자 고백으로 인생의 전부인 사제직 포기를 포함해 앞으로 닥칠 어떤 불이익도 감수할 것”이라며 “모든 동성애자는 그들이 믿는 하느님의 자녀이다. 교회의 자녀이고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황청은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카람사 신부 종무(宗務)를 박탈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시노드 개막 직전 그러한 결정(커밍아웃)은 매우 심각하고 무책임해 보인다”며 “시노드 총회가 미디어의 과도한 압력을 받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카람사 신부는 바티칸 신앙교리성과 교황청립 대학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카람사는 임무는 박탈당했어도 여전히 신부로 남아 있지만 교황청은 추가로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 고위 성직자의 고백에 즉위 후 줄곧 동성애자와 이혼자, 낙태 여성 등에 대한 자비를 촉구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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