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인당 플라스틱 원료 사용량 132kg
한국, 벨기에·대만 등 함께 ‘다소비’ 국가
OECD, 2060년까지 현재 3배 육박 전망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설 연휴 셋째날인 11일 오후 인천 소재 아파트 입주민들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갖다 놓은 ‘명절 쓰레기(플라스틱, 종이, 폐기용품 등)’들. ⓒ천지일보 2024.02.12.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설 연휴 셋째날인 11일 오후 인천 소재 아파트 입주민들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갖다 놓은 ‘명절 쓰레기(플라스틱, 종이, 폐기용품 등)’들. ⓒ천지일보 2024.02.12.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은 전 세계적인 이슈다. 지금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각종 규제를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사용량이 상당한 국가인데 과연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정책은 어디까지 왔나 살펴봤다. 

해외 주요국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 금지 규정은 물론, 취약계층을 위한 예외규정까지 마련하며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 

2022년 OECD의 플라스틱 사용에 관한 보고서 ‘글로벌 플라스틱 아웃룩’에 따르면 “정부와 국제기구가 궁극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과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며 “현행대로 플라스틱 사용이 늘어나고 대처가 없다면, 폐기물 비율이 2060년까지 현재의 거의 세 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은 ‘특정 플라스틱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저감에 관한 지침’에 따라 담배 필터와 비닐봉지 등을 금지하고 있다. 유엔 175개 회원국은 2024년까지 플라스틱 사용규제 협약 최종안을 마련키로 했다. 최종안을 마련하는 회의는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일회용품의 정의와 규제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나 ‘일회용 플라스틱’ 법적 정의와 규제 체계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단체의 이같은 주장은 세계적인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의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법적 정의가 불명확하고 통합적인 규제 체계가 없다. 이에 따라 과일이나 채소를 소분 포장할 때 쓰는 비닐 포장재나 제품 포장용 PVC랩‧과자봉지‧음료용기 등 대부분의 플라스틱 포장재는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의 일회용품 규제의 허점을 지적한 바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8월 28일 발간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금지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국가 14%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법으로 금지한다. 대표적인 금지 품목은 비닐봉지로 국가 66%가 법률로 사용을 제한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 시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이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정책 설계 단계에서는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질병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음료수 등을 마실 때 발생할 수 있는 ‘흡인성 폐렴’ 방지를 위해 주름이 있어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빨대가 만들어졌다. 이 플라스틱 빨대로 섭취하게 되면서 뇌병변‧근육위축‧다발성경화증 등에 대한 고민이 줄었다.

또한 이들에게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재사용 가능한 빨대를 소지해야 하는 의무가 부가되거나 장애인에게 빨대를 요청하는 책임을 지우는 ‘차별적인 요소’가 발생돼 미국 장애인법의 입법 취지와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빨대가 필요한 장애인 대부분이 눈으로는 쉽게 식별되지 않으므로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 상태를 설명·입증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강화 움직임과 함께 질병이나 장애 등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 사업주에게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빨대를 포함한 각 품목의 사용금지 예외 규정도 함께 알렸다.

이외 다른 나라들도 장애나 의료적 이유 등으로 빨대 사용이 필요할 경우 예외를 두고 해당 물품들이 대체 소재로 전환될 때까지 유예하는 등 섬세하게 정책을 설계 중이다.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이른 아침 인천 소재 아파트 관리자가 지난 밤 입주민들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갖다 놓은 명절 쓰레기(플라스틱, 종이, 폐기용품 등)를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12.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이른 아침 인천 소재 아파트 관리자가 지난 밤 입주민들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갖다 놓은 명절 쓰레기(플라스틱, 종이, 폐기용품 등)를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12.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EUROMAP)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원료 사용량은 132kg(2015년)이다. 벨기에(170kg) 대만(141kg) 등과 함께 다소비 국가로 꼽힌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의 경우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한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8억6000만톤/년 CO₂를 뿜어낸다. 이는 석탄발전소 189개(500MW)에서 나오는 분량이다. 온실가스 외에도 해양쓰레기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돼 플라스틱이 유발하는 환경오염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협약까지 탄생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환을 넘은 순환에 중점을 둬야 한다. 에너지전환 (화석에너지에서 저탄소에너지)의 본질은 원자재 전환 (석유 가스 석탄에서 코발트 니켈 리튬 동 알루미늄)이고 탄소중립의 궁극적 지향점은 원자재 순환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021년 대비 20%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규제는 전지구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피해를 보는 취약계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초기부터 함께 고민해 나중에 생길 문제들을 미리 보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는 1964년에 설립됐다. 이 협회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40%, 수출량의 50%를 차지하는 강력한 유럽 플라스틱 및 고무 기계 산업의 산하 조직이다. 협회는 핵심 기계 분야(전처리‧변환‧후처리) 분야의 플라스틱 및 고무 산업용 장비를 제조하는 약 500개 회사를 대표한다. 회원국은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스페인, 스위스, 터키 및 영국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바이바이 플라스틱 캠페인 출범식을 고려대 에스케이(SK)미래관에서 개최하고 8월 16일부터 범국민 대상으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로 약속하는 것으로, 약속 내용을 사회관계안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후속 참여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 SNS를 통해 음식 배달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다회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펼치는 과정을 보면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면서 그 정책을 뒷바침할 수 있는 섬세한 정의 정립과 규정 보완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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