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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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이재명 지지하면 감옥간다.”

지난 2022년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광주 모 대형교회 담임 A목사는 새벽기도회 시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목사들 1172명이 이재명지지 선언을 해 공산(화) 하겠다고 여러분 생각해 보세요. 공산당을 지지하는 목사들 정신이 있는가”라며 “저는 분명히 그랬어요. 1172명 회개하라. 아니면 지옥 갈 것이다. (지옥) 가죠. 공산당 지지했으니까”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이자 사랑제일교회 담임인 전광훈 목사는 예배에서 “대통령 선거 하나 마나 김경재가 대통령 되게 돼 있다”는 발언 등을 해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전 목사는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교인들에게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기도 했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총선이나 대선 때마다 사찰, 교회, 성당 등 종교시설은 선거 운동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다. 그 어디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님이나 목사, 신부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언급을 한다면 이에 대한 파급력은 분명 적지 않다.

공직선거법 제85조는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 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종교적 기관·단체 등의 직무상 행위’라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종교·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25일 ‘종교단체에서 목사가 설교와 같은 직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면 형사처벌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 되지 않는다’며 목사의 헌법소원 청구를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종교인이 종교행사에서 선거 운동을 하면 처벌받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결이다.

헌재가 판결한 것처럼 종교시설 내에서 설교 중에 하는 선거 운동은 엄연한 불법이다. 헌법 역시 종교의 자유를 명시하면서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의 판결로 종교인이 종교시설에서 특정 후보자에 대한 선거 운동을 대놓게 하는 것에 대한 제한은 계속되지만, 총선을 앞두고 종교시설에서의 선거 운동은 마치 관성처럼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 단체 평화나무 공명선거감시단은 지난 29일 예배 설교 중 인천 남동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신재경 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의 명함을 소개한 인천 B교회의 C목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C목사는 설교 시간에 신 후보의 명함을 들고 “신재경 국회의원 후보가 오셔서 ‘윤석열 대통령이 목사님 선물 갖다 드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거(명함) 가져다줬다. 이게 구원의 선물”이라고 했다. C목사는 광고 시간에도 “대통령 비서실 전 선임행정관 신재경 님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남동을 예비후보로 출마하셨는데, 기도 많이 해주시고, 축복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고 재차 당부했다.

‘어떤 후보를 찍어야 하지’에 대한 답은 종교가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형성된 각자의 정치적 의사에서 찾는 게 맞다. 무엇보다 정교 유착의 선거 운동 행태 근절을 위해서는 종교의 책임 의식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김유철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최근 ‘선거 시기 정치·종교의 유착 문제와 극복 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정교분리가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책임이 ‘종교’에 있다고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교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큰 책임은 종교에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종교를 표밭으로 보는 정치인에게 그것을 대가로 교세 확장을 위한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고 종교의 정신을 모욕하는 일입니다.”

총선을 앞둔 종교 지도자들이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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