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 이상 위험 노출
10%, 1년 15차례 외상 경험
순직자 추모행사 매년 개최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故 김수광 소방장과 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엄수된 가운데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故 김수광 소방장과 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엄수된 가운데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끊이지 않는 순직 사건에 소방관 정신건강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순직하거나 다친 소방관에 대한 예우를 높이고 유가족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늘리며, 유자녀에 대한 교육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7일 소방청이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진료사업단과 함께 지난해 3~5월 소방공무원 5만 2802명을 대상으로 한 ‘2023년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 증상, 수면장애, 문제성 음주 등 주요 심리 질환 4개 가운데 적어도 1개 이상에 대해 관리나 치료가 필요한 위험군 비율이 43.9%(2만 3600명)로 나타났다. 소방관 10명 중 4명 이상이 정신 건강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질환별(복수응답)로 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6.5%, 우울 증상 6.3%, 수면장애 27.2%, 문제성 음주 26.4% 등이 차지했다.

자살 고위험군은 2587명으로 4.9%에 달했다. 또 ‘지난 1년간 1회 이상 자살 생각을 했다’고 밝힌 소방대원은 4465명(8.5%)으로 조사됐다. 최근 1년간 소방 활동을 하면서 외상 사건(PTSD를 유발할 수 있는 사건)에 노출된 평균 횟수는 5.9회로 집계됐다. 1년간 15차례 이상 외상 사건을 경험했다는 소방관 비율은 10.7%였다.

화상전문병원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과 한림화상재단을 통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도 소방관들은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 개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84%에 달했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과 한림화상재단은 이를 토대로 소방관의 심리정서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트라우마 전문 치료 프로그램 ‘소방관 트라우마 119 아카데미’를 개발했다. 이후 서울 소재 소방관 18명을 대상으로 무료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아카데미에선 ‘예측하는 기능으로서의 뇌와 트라우마의 극복’ ‘신체감각치료 기반 정서조절 치료프로그램’ ‘인지처리 치료프로그램’이라는 3가지 세션 주제로 소방관이 트라우마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이 담겼다.

소방청은 올해부터 순직자를 전국적으로 추모하는 행사인 ‘119 메모리얼 데이(가칭)’를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 또 유가족이 소방기관 또는 단체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생계적 자립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며 유자녀에 대해 학자금을 지원하고, 직업 체험과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는 등 교육지원 방식도 다각화한다.

또 소방청은 오랜 기간 투병하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간병비와 치료비 지원도 늘릴 예정이며, 공상추정제(공무상 추정 재해) 대상 질병에 근골격계 질환 중 무릎과 허리 질환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조·구급 업무를 수행하다 부상 당하거나 순직한 소방관에게 지급되는 특별위로금 지급 범위도 넓힌다. 현재는 출근하지 않는 기간 동안에 대해서만 지급됐는데, 앞으로는 출근과 관계없이 요양 기간만큼 지급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소방관이 사용하는 장비 품질도 높인다. 공기호흡기를 비롯해 특수 방화복, 헬멧, 신발, 장갑, 두건 등 6종의 개인 보호장비 기본 규격 기준을 우선 상향하고, 헬멧 무게를 10% 이상 줄이는 등 장비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 개발 등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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