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를 12번 언급하며 맹공한 이 대표는 “지난 2년간 윤 정부는 정적 죽이기에만 올인해 대한민국이 민생경제·남북관계·인구·민주주의 등 4대 위기에 처했다”며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정부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한 이후 작년과 올해 신년회견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신년회견을 통해 여유있는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대통령 같은 자세여서 기자회견을 피하는 윤 대통령과의 대비됐던 것이다.

이 대표의 기자회견은 윤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작년 회견에선 “어려운 경제 상황에 안보 참사까지 더해지면서 ‘코리아 리스크’가 전면화되고 있다”며 지적했는데 올해는 저출생과 민주주의를 추가해 대한민국이 4대 위기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윤 정부가 지난 2년간 정적 죽이기에만 몰두해 나라를 위기에 넣었다는 지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윤 정부 비판에 앞서 자기 반성과 성찰이 먼저 이뤄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대표의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국민의 기억에 남는 건 이 대표 방탄과 입법 폭주, 돈봉투 살포 같은 의원 비리 등 부정적인 일들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후 석 달 만에 국회의원, 두 달 뒤 당 대표까지 됐다. 그가 이끄는 민주당은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국회를 열어 이 대표와 비리 혐의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줄줄이 부결시켰다. 또 양곡법·노란봉투법 등 문재인 정부도 손을 놓았던 쟁점 법안들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가 불가피한 사정을 알면서도 입법 폭주를 강행했다.

이 대표가 통제한 민주당은 ‘사당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이 대표 주변엔 ‘개딸’이란 강성 지지층이 진을 치고, 당론과 다른 의원들을 ‘수박’이라 욕하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비명계 의원은 등 떠밀리듯 당을 떠났다. 총선이 70일 앞인 데도 민주당이 비례대표제 방식을 확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는 신년회견에서 당 대표 1년 반 동안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제 자신이 평가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같은 기자회견 대신 특정 언론사와의 인터뷰로 대체하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들에게 부족한 느낌을 갖게 한다. 대장동·성남FC·대북송금 등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법 리스크’의 이 대표도 기자회견을 갖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회피하는 것은 ‘불통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현 국내외 정세와 국정 운영을 밝히는 신년 기자회견을 가져야 한다. 이 자리서 ‘명품백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서 사과도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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