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사법리스크’ 완화에
환자·시민단체 즉각 철회 주장
“피해자 위한 입법부터 추진”

1일 오전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일 오전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가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의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환자단체가 즉각 반발했다. 환자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사의 의료사고 형사 기소 면제 추진 관련해 ‘특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4가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연내 추진한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이날 공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따르면, 정부는 모든 의료인을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도록 하고,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를 면제해주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연내 추진한다.

다만 환자 동의 또는 의학적 판단 근거가 없거나, 조정·중재 참여를 거부한 사례 등은 특례에서 제외한다. 사망사고도 특례 적용범위에 포함할지, 미용·성형 등은 배제할지에 대해서는 특위에서 논의를 이어간다.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한 공소 제기가 불가능한 ‘반의사 불벌’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필수의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대해 형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무과실’ 사고일 시 피해자 보상금을 국가가 70% 지원하던 분만사고는 국고 지원을 전액(100%)으로 확대하고, 보상금 한도도 현실화할 방침이다. 불가항력 의료사고임이 의학적으로 입증된다면 소아 진료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또 수사 절차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의사에 대한 불필요한 소환 조사를 자제하고, 중과실 없는 응급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을 감면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이번 특례법 제정은 의료계에서 강력하게 주장해온 내용이다. 그간 의사단체 등은 현장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의료사고의 법적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한 탓에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해졌다며, 의도치 않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내용이 담긴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특례법 제정에 대한 환자나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백혈병환우회·암시민연대 등 8개 환자단체가 소속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례법 추진을 철회하고, 의료사고 피해자 측이 형사고소를 최대한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입법과 제도적 개혁부터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또 환자단체연합회는 특례 조항에 대해 “의사들의 필수의료 과목 기피 해소를 위해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 놓고는 슬그머니 모든 진료과의 형사책임을 면제하도록 내용을 확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지어 사망이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특례를 적용할지 검토하겠다며 포함 가능성을 열어놨다”며 “중과실로 발생한 의료사고에는 특례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명확하게 밝히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를 혁신하겠다는 피해자 권리구제 내용에 대해서는 “의료사고 관련 입증 책임이 피해자 측에 있는 한 피해자와 유족의 상황은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자단체는 환자의 입증 책임을 의료인에게로 전환하는 내용의 입법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은 전문성·정보의 비대칭을 특징으로 하는 의료분쟁에서 절대적 약자”라며 “의료인이 의료사고에 대해 설명·사과하도록 하고,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입법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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