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도?… 러 군사‧중 경제협력

中 또 방북엔 ‘전쟁설’ 확인 관측

북러 강한 협력 경계했단 속내도

우발적 충돌 가능성조차 적은 건

미국 등의 강한 견제 때문 분석 많아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새해 들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협력을 본격화하더니 최근에는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북한을 찾는 등 북중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북러 협력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북중관계 밀착에도 나선 것인데,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대립 구도를 통해 중러를 뒷배로 삼아 국제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와는 군사적 협력을, 중국과는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경제적 연대를 노리는 속내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신냉전 외교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북한의 무기 지원이 절대적이고 북한과 다소 거리를 뒀지만 북러의 강한 밀착은 중국 입장에서는 마냥 달갑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사흘 일정 방북한 中대표단

올해 들어서 지난달 15~17일(현지시간)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하더니 25~27일(한국시간)에는 2박 3일 일정으로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을 찾았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는 지난달 26일 보도를 통해 쑨 부부장이 이끄는 중국 외교부 대표단이 신의주를 거쳐 25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들 대표단의 방북 일정과 목적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북중 경제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6일에는 쑨 부부장이 최 외무상을 만나 “공동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술적 협동과 공동 보조를 계속 강화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지난달 27일 나왔다.

양국 간 교류‧협력 방안 등과 함께 미국 등 서방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쑨 부부장은 인민문화궁전에서 박명호 부상과도 별도로 회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에서도 만난 바 있다.

실제로도 새해 들어 북중은 수교 75주년을 계기로 교류·협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쑨 부부장에 이어 김일국 체육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체육성 대표단이 27일 중국으로 향했고, 29일에는 설 명절 행사 참석차 4년 만에 류후이옌 공산당 료녕성(랴오닝성)위원회 상무위원이 평양에 도착했다.

30일에는 박명호 외무성 부상이 류후이옌 상무위원을 만나 회담을 가졌다고도 주북 중국대사관이 확인했다.

◆中외교 부부장 방북 배경은

이 가운데 특히 쑨웨이둥 부부장의 방북이 주목을 받았는데 북중 관계 발전 등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한 북한 방문이라지만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작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지 한달을 조금 넘긴 상황에서 또 찾은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12월 베이징을 찾은 박 부상 방중에 대한 답방 차원이라는 분석이 많았으나, 약 한달 만에 다시 찾은 건 긴급히 나눌 현안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어떤 연유로 방북한 것인지에 이목이 쏠렸던 이유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 등에서 밝힌 대남 노선 전환에 관해 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띄우니 북한의 의도를 확인하고 이에 말려들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속내가 뭔지를 따져보고 전쟁은 아예 별론으로 하고 우발적 국지전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것이다. 전쟁 운운은 엄포용일 뿐이고 북한 내부 여건상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실제 일으킨다고 해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형편상 지속 능력도 없다는 얘기다.

겉으로는 대남 적대감을 극도로 고조시키면서 신냉전 외교를 활용해 대내적으로 최악의 상태에 처해 있는 경제에 모든 것을 투입할 수 있다는 분석과도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연말 전원회의 보고에서 더는 통일을 지향하지 않겠다며 남북 관계를 적대적 국가관계로 규정하며 연초까지 연일 전쟁을 언급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여왔다. 다만 일방적이 아닌 조건부라는 단서를 달았다.

동시에 쑨 부부장의 방북은 북한이 러시아 쪽으로만 완전히 기우는 것을 또 경계해야 하는 측면이 작동했다고도 한다. 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중국의 반응은 그건 양자 간의 관계라고 선을 그었지만 북한이 자신의 말을 완전히 안 듣는 경우는 중국으로서는 원하지 않는 결과라 러시아와의 지금 협상 정도까지는 용인해 주는 정도로 서로 타협점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북중 간 만남 결과 발표를 보면 양측이 상당히 우호적임을 알 수 있어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린다. 북한과 같이 중국 외교부도 지난달 27일 쑨 부부장이 최 외무상과 박 부상을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양측이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중조 관계와 국제 및 지역 정세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해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한중‧한러 관계는 악화일로

북한이 중러를 활용한 적극적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윤석열 정부는 되려 한중 관계를 넘어 한러 관계까지 악화일로로 몰아가고 있다. 중국과의 외교 정상화를 말하지만 이미 한중 간 접촉면은 이미 올스톱됐고 한러 관계마저 사견 전제라지만 국방 수장이 살상 무기를 포함한 전면 지원을 언급해 파탄 지경인 상황이다.

미국도 주저하는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사안인 대만 문제를 자꾸 건드렸다가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더니 인제는 한러 관계까지 벼랑끝으로 내몬 형국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발언은 그간 입장과는 배치된 것은 물론 러시아가 그어놓은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신 장관의 언론 인터뷰를 문제 삼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건 이 때문이다.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금의 인도적 지원을 넘어 군사 지원까지 하는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되면 한러 관계가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그럼에도 이에 뒤질 수 없다는 듯 윤 정부 당국자는 28일(한국시간) “한러 관계의 관리에 있어서는 향후 러시아의 관련 향배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윤 정부 안보실을 차지하고 있는 극우 세력들로 인해 중국과도 러시아와도 외교 관계가 완전히 끊어졌다고 탄식한다. 한번 끊어진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는 시일도 걸리고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남북 관계 역시 완전히 단절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북한의 무력 도발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굵직굵직한 선거와 맞물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을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통해 4월 남한 총선 전 남남갈등 유발과 함께 11월 미국 대선에선 한미의 대북정책 실패를 부각하며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등 개입하려 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북한의 도발은 윤 정부가 불집을 터뜨리는 데 대한 반응으로 즉각 나타날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수다. 북한이 이번에 세 차례 쏜 순항미사일 시위도 남측 군의 비무장지대에서 계획했던 훈련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풀이다. 군의 한 소식통은 28일 연합뉴스에 “당초 2월 중 육상 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을 검토했지만, 시간을 갖고 대응하기 위해 잠정 보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한미가 육상완충구역 내에서까지 훈련을 하겠다고 하니 반발했다는 것인데, 남측의 훈련 중단은 한반도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감안한 미국 정부의 견제가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도 반대하고 중국도 반대하고 나선다면 한반도가 현실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는 평가다. 윤 정부가 접경지 등지에서 국지전을 유발하더라도 가능성이 적은 이유인 셈이다. 이처럼 북한의 도발은 자체 군사력 강화 계획과 맞물린 남측의 훈련이나 미 전략자산의 움직임과 관련 있다고 전문가들은 귀띔한다. 남북 양측의 상호 작용의 결과물이지 일방적 작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