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3년 만에 증가 전환
저축성 수신금리 15년來 최고
물가 상승률 둔화 여전히 더뎌

서울시내 은행 ATM기의 모습. (출처: 뉴시스)
서울시내 은행 ATM기의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해 국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상당히 올랐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이자를 받아도 본전에 가까웠던 셈이다.

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성 실질금리는 0.11%로 집계됐다.

저축성 실질금리는 지난 2021년 -1.42%, 2022년 -2.33% 등으로 사상 처음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3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저축성 수신금리가 3%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2%대 안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질금리는 수신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빼 집계한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3.71%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5.71%)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기 직전 수치가 주로 반영됐다.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정기 예·적금 금리로, 실질금리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명목금리 중 하나다.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가 크게 오른 것은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열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최근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는 기대보다 더뎠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 지난 2022년(5.1%)보다는 진정됐지만 목표 수준인 2%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실질금리는 지난해에 이어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을 전제로 하자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기준금리를 현 3.50%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은행 예·적금 금리도 단기간에 급락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리 인상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국제 유가 안정 등을 전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4년 연말로 갈수록 2% 부근으로 근접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한은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각 3.0%와 2.3%를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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