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발표 앞두고 ‘전운’
‘서울 빅5’ 병원 2곳도 포함돼
보건의료노조 “국민 협박 행위”
2020년 의료 파업 재현 우려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출처: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의대 정원을 늘리면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전공의가 86%에 달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정부가 23일 유감을 표명했다. 불법행위 시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엄정하게 집행하겠다고도 경고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대전협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이날 “대전협에서 공개한 전공의들의 단체 행동 참여 여부 조사 결과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정부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엄정하게 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전협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응하는 단체 행동 참여 여부에 대한 설문 결과 전공의 86%가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고 전날(22일) 밝혔다. 이번 결과는 지난달 30일 열린 대전협 대의원총회 이후 이달 21일까지 각 수련병원에서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취합한 것이다.

대전협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는 1만 5000여명 정도이며, 이번 설문에 참여한 55개 수련 병원에서 일하는 전공의는 4200여명이다. 설문 조사를 진행한 병원 가운데 500병상 이상 병원은 27곳이었으며, 서울 대형병원인 이른바 ‘빅5’ 병원도 2곳 포함됐다는 게 대전협 측의 설명이다.

대전협은 이번 조사가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식 설문은 아니며 지난달 정기 대의원총회 이후 일부 수련병원에서 개별 진행해 협의회에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의대 증원 논의) 추이에 따라 전체 전공의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대응 방안 및 참여 여부를 조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와도 단체 행동에 대해 소통 중이라고 전했다.

전공의단체가 의대 증원에 대한 파업 등 행동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대의원총회에서는 집단행동에 대한 의견은 나왔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대전협은 2020년 정부가 의대 증원 등을 추진할 때 파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의협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율은 약 80%에 달했다. 결국 정부는 증원 추진 계획을 접었다. 이에 따라 전국 의사들이 총파업에 돌입하며 의료현장의 혼란이 일었던 2020년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대전협이 전공의의 86%가 의과대학 증원시 단체 행동 의사를 밝혔다고 공개한 것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전공의협의회가 단체행동 참여 여부에 대한 설문 결과를 발표한 의도가 의심스럽다.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증원은 의사 단체 빼고는 모든 국민이 찬성하는 국가 정책”이라며 “증원을 막기 위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건 붕괴 위기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에 역행하고,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와 소아과 오픈런에 내몰리는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질타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설문조사 참여 비율이 전체 전공의 수에 비해 28%, 전체 수련병원 200곳 중에서도 27.5%에 불과하다”며 “‘단체행동 86% 참가’ 결정이 전체 전공의의 입장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고,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서 근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등 보건의료 분야 각 의료 직역 종사자가 참여하는 단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