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짧고 사용률도 꼴찌 수준
육아휴직, 기업 20% “못쓴다”
‘기업별 빈부격차’ 여전히 커
동료 등 눈치·소득 감소 영향

육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육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우리나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여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와 정치권이 저출산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육아휴직 사용이 여전히 쉽지 않다. 육아휴직의 ‘기업별 빈부격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OECD 통계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유급 출산휴가는 12.9주(90일)로, OECD 38개국 중에서 포루투칼(6주)과 호주와 멕시코(12주) 다음으로 짧은 것으로 파악됐다.

OECD 국가 평균이 18.5주인 점을 고려하며 한 달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유럽연합(EU) 국가 평균인 21.1주와 비교하면 한국의 유급 출산휴가는 두 달가량 짧다.

OECD 국가 중 유급 출산휴가가 가장 긴 나라는 그리스로, 43주나 됐다. 또한 체코 28주, 뉴질랜드 26주 등 25주가 넘는 국가들도 있었다. 다만 이들 3개국(그리스, 체코, 뉴질랜드)은 출산휴가에 육아휴직이 합쳐진 통계라는 게 저고위 보고서 작성 연구진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출산휴가 기간도 짧았지만, 이를 이용하는 비율도 다른 나라들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출생아 100명당 유급 출산휴가 사용자 수는 26.1명으로 비교 대상 국가(17개국) 가운데 멕시코(13명) 다음으로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대기업보다 일·가정 양립 문화에 소극적인 중소기업 종사자나 출산휴가를 다 쓰기 쉽지 않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반영된 수치로 보인다. 출생아 100명당 유급 출산휴가 사용자 수는 우리나라의 바로 앞에 있는 칠레(47.8명)와 비교해도 20명 넘게 차이가 났다.

유급 육아휴직도 이용률이 저조했다. 2020년 기준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는 한국이 48.0명인데, 일본(44.4명) 외에는 우리보다 적은 나라가 없었다.

이런 저조한 이용률은 육아휴직 등에 여전히 ‘눈치보기’ 등이 요구되는 기업문화와 낮은 소득대체율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용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밝힌 사업체는 전체의 52.5%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27.1%는 ‘필요한 사람 중 일부가 사용 가능하다’고 답했으며, 20.4%는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기업 5곳 중 1곳에서 육아휴직 활용이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규모별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95.1%가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5∼9인 사업체는 그 절반인 47.8%, 10∼29인 기업은 50.8%만 그렇다고 대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여야는 최근 앞다퉈 관련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올리고, 초등학교 3학년까지 유급 자녀돌봄휴가(연 5일)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아빠휴가)도 현행 10일에서 1개월로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이를 가진 모든 국민에게 출산 전후 휴가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를 보편적으로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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