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대만은 인구 2400만명으로 섬나라다. 중국은 대만을 항상 자기 영토라고 천명한다. 한국과 1992년 8월 24일 수교할 때 미국과 1979년 1월 1일 외교관계를 수리할 때도 전제 조건이 있었다. 중국의 일부분이며 유일한 국제법상 합법정부는 중국 중앙 정부다라는 것이 수용돼야만 했다.

세계 어떤 국가와도 마찬가지로 “대만은 분리해야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것이 용돼야만 수교를 했다. 혹시 어느 특정 국가가 수교 후에 중국이 실질적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니 대만의 분리를 인정하거나 대만에 대해 우호적 발언을 하는 순간, 이성을 잃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속칭 개처럼 달려들며 비판한다.

‘왜 그래?’라고 한다면 표면적으로 볼 때 1949년 10월 1일 중국 공산당의 모택동이 대륙 전체를 다 접수하고 장개석의 국민당을 대패시켰으나, 결국 잔류 세력들이 대만으로 바다 건너가 와신상담하면서 75년 동안 서방의 자유 정신을 받아들이고 민주주의를 꽃피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전자 제국을 만들어서 그렇다.

물론 대만이 미국과 서방을 등에 업고 중국에 맞선 것은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다. 중국의 말은 한 줌의 흙밖에 안 되는 것이 중국의 턱밑에서 불침의 항공모함과 같이 대륙을 향해 끊임없이 군사적 정치적 압박의 전초기지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첨병 역할을 오늘 이 순간에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대만에서 ‘세계 선거의 해’라는 올해 처음으로 총통선거가 13일 치러졌다. 1955만명 유권자를 향해 친중과 반중 세력으로 나눠져 각축전을 벌인 결과 친중 성향의 현 차이잉원 총통의 부총통을 지낸 라이칭더 후보가 약 40.1%인 558만표를 얻어 당선됐다. 제1야당인 국민당 후보는 467만표 약 33.5%를 얻는데 그쳤다. 제3후보 커원저 민중당 후보는 369만표인 26.5%를 얻었다.

승리한 라이칭더는 광부 출신의 아버지를 두었으나 95일 만에 광산 사고로 돌아가셨고 홀어머니의 지극 정성으로 6명의 자녀 중에 한명으로 성장했다. 가정 형편은 어려웠으나 공부를 열심히 해 대만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를 했고 대만에 돌아와 의학 박사를 취득해 종합병원에서 내과 의사를 지냈다.

1994년 정계에 입문해 내리 4선의 입법의원(국회의원)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타이난 시장, 2017년에는 행정원장(국무총리) 자리에 올랐다.

현 총통 차이잉원과는 2019년 민진당 내 결선에서 라이벌로 싸웠고 석패했지만, 오히려 생각을 바꿔 그녀의 러닝메이트가 된 후 2020년 5월 부총통, 이번에 8년 중임을 다 채운 현 총통이 못 나와 총통 후보로 출마해 꿈을 이룬다. 그의 과거 경력을 봐도 철저한 서방적 사고를 가지고 있고, 이번 후보 중에서 가장 과격하게 대만 독립을 주장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친미 반중의 대만 독립론자가 제16대 대만 대통령 당선이 동북아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만만치 않다. 대만 국민과 미국은 현상 유지를 원했다. 사실상 그 목표를 이루었다. 문제는 중국의 태도다.

압박 수위를 높여 주기적으로 대만해협의 긴장을 유발함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중국도 군사적 행동은 말의 성찬뿐이지 현 상태에서 불가능하다. 대만이 공개적으로 독립 국가 인양 행동하는 것을 자제한다면 ‘현상유지’ 정책을 당분간 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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