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란 압박 위한 메시지 전달… 추가 공격 막을 것”
후티 대변인 “공습 5명에 사망 6명 부상… 공격 멈추지 않겠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영국과 함께 예멘 후티 반군을 공습한 미국이 이란에 ‘경고 메세지’를 내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과의 대리전 논란과 함께 중동 확전 우려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펜실베니아주 앨런타운을 방문하는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이란에 우리를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후티 반군이 상선 공격 등 터무니 행위를 계속한다면 동맹국과 함께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 등 현지 언론이 이날 전했다.
전날 미국과 영국은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지역 28곳에서 60개 이상의 목표를 정밀 타격했다. 미군은 무인기와 미사일 등 150여발 이상의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습으로 후티 반군 5명이 숨지고 6명 다쳤다는 반군 대변인의 주장이 나왔으나, 후티 반군은 공격 중단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야히야 사레 반군 대변인은 “후티의 선박 공격을 더 이상 저지하지 않겠다”며 공격을 지속할 것을 시사했다.
실제 미국과 영국에 공습을 당한지 하루 뒤인 12일 예멘 후티 반군은 아덴만 일대를 지나가던 유조선을 향해 대함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미국과 영국의 대대적인 공습 바로 다음날 벌어져 보복 차원으로 읽힌다. 더글러스 심스 미 합동참모본부 국장은 이번 민간 선박에 대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은 어떤 선박도 맞추지 못하며 무위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은 이란 지원을 받는 이슬람 시아파 정치 군사조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연합군에 맞서 내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몇 주간 후티 반군은 홍해에 있는 상업용 선박을 무인기와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상선 안전 위협을 초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이란과 대리전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이란은 우리와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티 반군을 ‘테러단체’라고 보고, 지난 2021년 취소한 테러단체 지정을 재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트럼프 행정부가 예멘 후티 반군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기로 한 11시간 만에 결정을 뒤집은 바 있다.
반면 민주당 일부는 미국 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공습에 나선 것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이 틀렸다. 공습 직후 공격 내용을 상세히 보냈다”고 반론했다.
앞서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후 자신들의 폭격이 팔레스타인 국민과의 연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식량과 의료품 수입을 허용한다는 조건에서만 공세를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으로 예멘 내전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인도적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예멘 내전은 수년간 지속되면서 식량 부족, 경제 혼란, 극심한 빈곤 등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초래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내전으로 37만 7000여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은 식량, 물, 의료 서비스 부족 등 전쟁 간접 원인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