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선균 배우 죽음에 대한 성명 발표
봉준호·윤종신·김의성·최덕문 등 함께해
수사당국·언론·정부 등에 대한 요구 담겨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2.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검은 옷을 입고 어두운 얼굴의 영화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새해가 밝아오기 전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선균 배우와 같은 죽음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성명서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가칭, 연대회의)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고 이선균 배우가 생전에 ‘기생충’으로 함께했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이원태 감독, 김의성·최덕문 배우 등이 함께했다.

이들 외에도 이번 성명에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 정상진 영화수입배급협회 대표, 정상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대표, 이주연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대표, 김선아 여성영화인모임 대표, 민규동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 김명수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본부장,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사무국장, 장항준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 곽신애 여성영화인모임 소속 대표, 장원석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소속 대표 등 29여 곳의 문화예술협회와 배우 송강호를 비롯한 2000여 명의 개인 문화인들이 함께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배우 김의성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천지일보 2024.01.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배우 김의성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천지일보 2024.01.12.

성명서 낭독에 나선 배우 김의성은 “지난 12월 27일 한 명의 배우가 너무나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10월 19일 한 일간지의 ‘배우 L씨의 마약과 관련한 정보를 토대로 내사 중이다’라는 인천시경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최초 보도 이후 10월 23일 그가 정식 입건된 때로부터 2개월여의 기간 동안, 그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며 “간이 시약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을 위한 시약 채취부터 음성 판정까지의 전과정이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모두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사건 관련성과 증거능력 유무조차 판단이 어려운 녹음파일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그는 19시간의 수사가 진행된 3번째 소환조사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술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남기고 스스로 삶의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하게 됐다. 이에 지난 2개월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해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2.

연대회의가 발표한 성명서에는 수사당국과 언론 및 미디어, 정부 및 국회에 대한 요구가 담겼다. 먼저 봉준호 감독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과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기를 요청한다”며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판정이 난 지난 11월 24일 KBS 단독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며 3번째 소환조사에서 고인이 19시간의 밤샘 수사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후인 12월 26일에 보도된 내용 역시 그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관계자의 취재 협조를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3차례에 걸친 소환절차 모두 고인이 출석 정보를 공개로 한 점, 당일 고인의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2.

가수 겸 작곡가인 윤종신은 언론 및 미디어를 향해 꼬집는 내용을 전했다. 그는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냐”며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하여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경찰 측에 무리하게 요청한 사실은 없었는지, 특히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냐”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냐”며 “정녕 자정의 방법은 없는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원태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원태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2.

이원태 감독은 정부 및 국회에 요구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 감독은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성명서 발표 후 향후 계획에 대한 내용도 함께 밝혔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어떠한 사안에 대해 문화예술계 전반이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연대회의체를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이번 기자회견에 함께한 가칭 문화예술인연대회의 내에서 구체화에 대한 방법과 향후 활동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성명서를 통해 말씀드린 바와 같이 피의사실 공표 및 유출로 인한 여러 부당한 피해를 막기 위한 법적 보완을 촉구하는 차원으로 본 성명서를 국회의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며 불법적인 수사 관행과 황색 저널리즘으로 치우치고 있는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기 위해 경찰청과 KBS에 대해서도 성명서를 전달할 계획”이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여러 단위에서 언급되고 있는 속칭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모든 단체와 함께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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