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1.
202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1.11.

 

28학년도부터 심화수학 배제

우주탐사‧AI에 미적분 필수

과학 퇴보 우려 목소리 높아

원민음 정치부 기자

현 중2 학생들이 치를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선택과목 없이 통합형으로 치러진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시안대로 문·이과 통합형으로 간소화된다. 이에 따라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직업탐구 영역은 선택과목이 폐지된다.

찬반 논란이 일었던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 과목은 결국 도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대학가의 원성이 적지 않다. 심화수학 도입을 무산시킨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대다수가 문과 출신이라 이런 결론이 내려졌다는 비난과 함께 수학 교육을 중시하는 신흥 국가들이 과학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한국은 ‘공대’를 키운다면서 교육정책은 거꾸로 한다는 비난도 거세다.

홍유석(58) 서울대 공대 학장은 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공대를 무너트리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과학교육 정책에 대해 “‘첨단 공학 분야는 미래 먹거리’라고 하면서 관련 정책은 따로 놀고 있다”며 최근 정부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공대에 위기를 초래하는 대표 정책으로 심화수학 수능 배제를 꼽았다. 홍 학장은 “전 고등학생을 문과생으로 만들 작정이냐”고도 했다.

홍 학장 외에도 공대 교수들은 ‘심화수학’ 배제가 과학 발전을 저해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미적분이 뭐길래 이토록 우려하는 것일까.

◆모든 첨단과학에 필수인 미적분

미분은 곡선에 접하는 기울기 또는 변화율을 뜻한다. 구조물 설계할 때도 미분 원리가 적용된다. 도로와 철도, 건물 등에 자리 잡은 인위적인 곡선을 부드럽게 연결시켜 도시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미분이 적용된다. 여러 번 미분하면서 연결 지점의 기울기와 구부러진 정도가 연속적으로 변하도록 그리면 어색하지 않은 매끄러운 곡선이 될 수 있다. 구조물을 설계할 때 이 원리가 활용된다. 적분은 나뉜 부분을 합친 면적 또는 누적된 값을 뜻한다. 병원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은 후 수많은 적분을 적용해 3차원으로 재구성하면 CT 영상이 된다. 의료영상 기술 발달에 적분의 기여를 빼놓을 수 없다.

우주탐사와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도 미적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발사체나 탐사선의 속도와 방향을 제어할 때, 인공지능 같은 첨단기술도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오류를 최소화할 때도 미적분은 필수다. 학교에서 배우는 시험용 미적분을 통해서 미적분의 진면목을 접하거나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미적분은 어렵다는 인식만 팽배하다. 때로는 사교육의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수능서‘심화수학’배제, 괜찮을까

교육부는 2028학년도 수능에서 심화수학을 제외했다. 역설적으로 수학적 사고는 더 기를 수 있다고도 했다. 문과야 여러모로 손해볼 것 없는 결론이지만 이공계 교수들은 입학생들에게 기본적인 수학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며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심화수학 배제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정권이 바뀌면 다시 심화수학이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온다.

세계 최고 IT 기업 CEO 다수가 인도 출신인 데는 수학을 중시하는 인도 문화와 공대 육성에 중점을 둔 인도 정책이 한몫하고 있다. 그 결과 인도는 우주산업과 IT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려 신흥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IT 산업을 선도하는 미국, 중국, 인도, 한국이 그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을 우연이라 치부하긴 어렵다.

사교육으로 인한 학부모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정부 당국자들과 수학 기초 부족에 따른 국가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교수들의 입장 모두 이해가 가는 만큼 어느 한쪽이 무조건 옳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미적분은 모든 첨단 과학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이지 않는 수학이 기초가 돼 보이는 기술로 나타나 인류를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이런 점에서 문·이과 통합을 이유로 심화수학을 빼는 것이 잘한 결정인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수학에 근간한 과학 육성이야말로 한국이 공략할 수 있는 틈새 분야라는 점에서도 수능 심화수학 배제에 대해서는 대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했다.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으로 인재 양성이 국가와 지역 발전의 초석이고 그만큼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심화수학 배제가 100년 뒤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를 충분히 숙고한 결론인지 다시 점검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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