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배상금 1억 지급해야”
지난달 3건서도 피해자 勝
日정부 “유감… 수용 못해”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법원.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법원. ⓒ천지일보DB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일본 기업을 상대로 강제동원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다시 한번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3차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이번에도 대법원의 판단은 같았다. 2018년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것으로, 향후 대법원에 계류 중인 비슷한 쟁점의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택악 대법관)는 11일 강제동원 피해자 고(故) A씨와 유족들이 옛 일본제철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B기업(상호변경 및 흡수합병)을 상대로 낸 1억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족들이 소송을 낸 지 8년 8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판결에 따라 일본제철은 유족에게 합계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A씨는 일제강점기인 1943년경 강제동원돼 일본 규슈 소재 야하타 제철소에서 강제노동을 했다. 일본제철은 “귀국할 때 월급을 모두 주겠다”고 했지만 A씨는 한푼도 받지 못하고 귀국했다. 이후 A씨는 2012년에 사망했다. A씨의 아내와 그 자녀들은 일본제철을 상대로 2015년 5월 손해배상으로서 위자료 지급을 청구했다.

1·2심 재판부 모두 일본제철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1·2심 재판부는 일본제철과 일본 정부가 강제적인 수단과 협박을 사용해 A씨를 연행했다고 판단했다. 또 A씨는 미성년자임에도 가족과 이별해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한 노동에 종사하면서 임금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대법원도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최종 승소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 피해자들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으므로, 시간이 지나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일본 기업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 법리에 따라 이날 대법원은 A씨 유족의 청구권도 유효하다고 인정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에도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달에도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 2건에서 모두 원고 일부 승소 내린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일본 기업들이 손해배상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어 유족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이 대신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우리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데 대해 “극히 유감스러우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은 지난달 하순에 있었던 복수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한일청구권협정에 명백히 위배하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점에 대해서는 한국 측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 정부가 관련 소송에 대해 한국 재단이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뜻을 이미 표명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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