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2심 이어 승소 판결
미쓰비시 상대 14억원 손배소
대법 판례 적용해 잇단 ‘승소’
21일에도 일본 기업 책임 인정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과 법률 대리인단이 21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승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과 법률 대리인단이 21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승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또 나왔다. 지난주에 이어 대법원이 다시 한번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근거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개별 소송은 한일 청구권 협정 적용 대상이 아니고, 소멸시효 계산 시점도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재차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故) 홍순의씨 등 14명과 유족 등이 미쓰비시 중공업과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낸 14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미쓰비시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조센은 피해자 한명당 5천만∼1억 2천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구 미쓰비시중공업과 피고 미쓰비시중공업이 그 실질에 있어 동일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원고 등이 구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위 피고에 대해서도도 행사할 수 있다고 한 원심 판단에 외국법인의 동일성 판단 기준 및 외국법 적용에 있어서의 공서양속 위반 여부에 관한 법리 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경기도 평택과 용인에 살던 홍씨 등은 1944년 9월 일본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의 군수공장에 끌려가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이듬해 8월 원자폭탄 투하로 재해를 입은 뒤 돌아왔다. 귀국 후 이들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피폭 후유증에 시달렸다.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소송은 1944~1945년 히로시마에 있던 미쓰비시 군수공장에서 노역한 강제동원 피해자 홍씨 등 14명과 유족 등이 2013년 7월 제기했다. 1·2심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피해자 측에서 1인당 청구한 배상액인 1억원보다 조금 낮은 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 과정에서 유일한 생존자였던 홍씨는 1심 판결이 나오기 전인 2015년에 세상을 떠났으나 유족이 소송을 이어받았다.

이날 대법원은 또 다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가 히타치조센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도 원고에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히타치조선 상대 소송은 이모씨가 2014년 11월 제기했다. 이씨는 1944년 9월 일본 오사카 소재 히타치 조선소에 강제 동원돼 노역했다. 1·2심은 이씨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마찬가지로 히타치조선 측이 불복해 상고했다.

한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없고 일제강점기 당시와 현재 미쓰비시 법인이 동일하지 않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항변도 기각했다. 대법원은 앞서 전범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강제징용 관련 소송에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 왔다.

또한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1일에도 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 등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피해자들 측 승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정부는 배상액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제3자 변제안’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생존 피해자들은 사죄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일본 측은 유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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