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 식용 금지 특별법’ 통과
2027년부터 위반 시 징역형
“업종 변경, 현실상 쉽지 않아”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튿날인 10일 경기 성남 모란시장 축산물 거리 모습. ⓒ천지일보 2024.01.10.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튿날인 10일 경기 성남 모란시장 축산물 거리 모습. ⓒ천지일보 2024.01.10.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펜대 굴리는 사람들이야 ‘전업해라’ ‘폐업해라’ 말을 쉽게 하지만 (개고기 장사만) 30~40년 해온 우리한텐 죽으란 소리지.”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튿날인 10일 경기 성남 모란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볼멘소리를 냈다. 업계 종사자들이 전업이나 폐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3년의 처벌 유예기간을 뒀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란 지적이었다.

이날 모란시장 축산물 거리에 들어서자 흑염소탕 식당과 토끼‧양‧오리‧거위 등 축산물에 각종 약재를 넣어 달인 식품을 파는 건강원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식용 개고기를 판매하는 전국 최대 전통시장인 모란시장에는 동물보호단체의 반대로 ‘개고기’ ‘보신탕’이란 글자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흑염소탕’ 간판을 내건 한 식당 앞에는 갓 삶아낸 개고기 수육이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었다. 식당 안은 점심시간을 맞아 테이블마다 ‘탕’을 먹는 손님들로 만석이었다. 밖에선 보이지 않던 ‘보신탕’이라는 글자가 메뉴판 상단에 적혀 있었다. 한 중년남성은 “(개고기 먹으면) 부정 탄다는 말이 있지만…”라는 대화를 나누며 국물을 들이켰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튿날인 10일 경기 성남 모란시장의 한 보신탕 가게 매대에 개고기가 진열돼 있다. ⓒ천지일보 2024.01.10.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튿날인 10일 경기 성남 모란시장의 한 보신탕 가게 매대에 개고기가 진열돼 있다. ⓒ천지일보 2024.01.10.

식용을 위한 개 사육‧도살‧유통을 금지하는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년 뒤인 2027년부터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사육하거나 유통하면 최고 2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보신탕 논란’에 마침표가 찍혔다. 그러나 생계가 달린 상인들에게는 시한부 선고와도 같았다. 상인들은 “설마설마했는데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김용북 모란시장 상인회장은 “30년 이상을 모란시장에서 생계를 위해 살았는데 당장에 3년의 유예기간을 준다 해도 결국 그만두란 얘기”라며 “아주 심란하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우리도 대비해야 하니 제주도까지 찾아가서 시장 견학을 했다”며 “(축산물 거리를) 흑염소 거리로 전환하려고도 준비하는데 쉬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보상을 제대로 해줘야 우리도 먹고 살길을 택할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50대 후반의 한 상인은 “전업이나 폐업은 20~30대나 가능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인들 나이가) 적으면 50세, 많은 분은 70세”라며 “기본 30~40년 장사한 사람들한테 탁상공론하듯 전업, 폐업하라는 말을 쉽게 내뱉지만 우리 현실상 쉽지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튿날인 10일 서울 종로 신진시장 보신탕 골목 풍경. ⓒ천지일보 2024.01.10.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튿날인 10일 서울 종로 신진시장 보신탕 골목 풍경. ⓒ천지일보 2024.01.10.

서울 종로 신진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보신탕 골목’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과거 즐비하던 보신탕 가게는 사라지고 두 곳가량 남아있었다. 이 중 한 가게 상인은 “집회에도 나가봤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개 식용 금지법을 줄곧 반대해 온 대한육견협회는 특별법이 통과되자 입장문을 내고 “개고기를 먹는 1000만 국민의 먹을 권리를 빼앗고, 식용 개 종사자 100만명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을 강탈한 것”이라며 “헌법소원, 개 반납 운동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의 개고기 음식점은 160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용견을 사육하는 농장은 1150여곳, 농장에서 사육하는 개는 52만 마리가 넘는다. 협회는 개 한 마리당 최대 200만원의 현금 보상을 요구해 왔다. 이들의 요구대로라면 보상비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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