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자 9.19합의 효력 운운

총선용 ‘보수 결집’ 안보장사 지적도

(연천=연합뉴스)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로 파괴하거나 철수한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28일 경기도 연천군 DMZ에서 남측 GP(오른쪽)와 북측 GP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남북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GP 시범 철수를 이행했으나, 북한은 지난 23일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2023.11.28
(연천=연합뉴스)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로 파괴하거나 철수한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28일 경기도 연천군 DMZ에서 남측 GP(오른쪽)와 북측 GP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남북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GP 시범 철수를 이행했으나, 북한은 지난 23일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2023.11.28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군이 사흘 연속으로 서해 최북단 서북도서 인근에서 포사격을 실시하면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해상 완충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군 당국이 8일 밝혔다.

남측 군이 남북 해상완충구역의 무력화를 선언한 만큼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효력을 상실하게 된 셈인데, 앞으로 남북 간 지상 및 해상에서 포사격이 오가고 훈련이 재개된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합참 “해상완충구역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청사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9.19 군사합의를 3600여회 위반했고 서해상에서 사흘 동안 포병 사격을 실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해상 적대행위 중지구역의 효력이 없어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실장은 ‘군도 해상 완충구역에서 사격을 정기적으로 할 계획이냐’고 묻는 말에 “우리 군은 서북도서 일대에서 적의 행위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우리 군 자체의 계획에 따라서 사격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북한이 해안포 위주로 200여발 이상의 사격을 했을 때 남한 해병부대는 K9 자주포와 전차포 등을 동원해 대응사격을 했다. 하지만 해상 완충구역이라지만 북방한계선(NLL) 북방에 낙하했다는 점에서 과잉 대응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서인지 알 순 없지만 남한 군은 지난 6일과 7일에는 북한군 사격에 대한 대응 사격은 진행하지 않았다.

북한의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에 이어 남한도 이날 잇단 북한의 위반 행위로 해상 완충지대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놔 지난 2018년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체결된 군사합의는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북 9.19합의 파기 유도 관측 속 南 의도는

9.19 군사합의는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다.

군사합의에는 남북 간 우발적인 충돌 방지를 위해 MDL을 기준으로 남북한 접경지에 비행금지구역,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구역, 완충수역 등을 설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의 위반 행위가 있긴 했지만 9.19 군사합의는 남북 간 우발적 충돌, 즉 국지전 발발을 제한하는 등 최후의 안전핀으로 작동했다.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는 관측이 대부분이었는데, 정권이 바뀌자 군이 일관성을 상실한 채 대북 정찰 능력 제한을 운운하다가 결국 군사합의를 건드린 것이다.

그러다가 남측이 작년 11월 21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빌미 삼아 이튿날인 22일 별반 관계가 없는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 설정(제1조 3항)’ 조항을 효력 정지했고 하루 만인 23일 북한은 군사합의를 전면 파기했다.

북한은 이후 군사합의로 파괴된 최전방 GP(감시초소)를 복원하고 병력과 장비를 투입하는 한편, JSA(공동경비구역) 경계 병력을 무장시켰고, 군사합의로 금지된 적대행위 중지구역 내 해안포 포문 개방 횟수를 크게 늘렸다. 급기야 지난 5∼7일 사흘 연속으로 서해 해상 완충구역에서 포병 사격을 실시했다. 남측도 북한과 마찬가지의 조치를 그대로 따라 복구했고, 북한 포사격에는 기다렸다는 듯 군사합의 무력화를 선언했다.

남측 정부가 북한의 군사합의 파기를 사실상 유도했다는 지적이 많은 이유인데, 그렇다면 그 의도가 뭔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 전문가는 “향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등 안보 딜레마(팃포탯, 대응에 맞대응)에 빠질 수 있다”면서 “남북 간 안보 이슈를 조성해 보수 세력 결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올해 4월 총선용 안보장사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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